▶ 박흥진의 영화이야기-‘저주 받은 자들’ (The Damned)★★★½ (5개 만점)
▶ 아이슬랜드의 어촌을 무대로 광기ㆍ인간성 버린 것에 대한 대가를 무섭고 아름답게 그려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죄의식에 관한 도덕극으로 공포ㆍ심리 스릴러’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죄의식에 관한 도덕극으로 공포ㆍ심리 스릴러’](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5/01/03/20250103044745671.jpg)
에바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악몽과 함께 헛것을 보고 헛소리를 듣는다.
아이슬랜드 민화를 바탕으로 만든 귀신 공포영화요 심리 스릴러이자 죄의식에 관한 도덕극으로 시종일관 으스스한 분위기와 무드로 사람 겁주는 작품이다. 19세기 아이슬랜드의 보잘 것 없는 어촌을 무대로 일어나는 광기와 미신과 의심과 인간성을 버린 것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그린 무섭지만 아름답기까지 한 영화다.
이 두려움을 안은 아름다움은 한 겨울 눈 덮인 바위산과 황량한 벌판 그리고 차갑게 푸른빛을 발하는 바다를 기막히게 포착한 촬영 때문이다. 스산하고 으스스하게 아름답다. 이런 살벌한 아름다움이 영화의 공포성을 한층 더 무섭게 만들어주고 있다.
문명세계와는 단절된 한 겨울의 아이슬랜드 어촌은 보트 어선 하나로 생계수단인 물고기를 잡는 원시적인 마을. 이 보트의 주인은 최근에 마을의 지도자였던 남편 마그너스가 사고사한 뒤로 마을 지도자가 된 젊은 미망인 에바(오데사 영). 최종 결정은 에바가 내린다. 마을 주민은 달랑 젊은 어부 다니엘(조 코울)을 비롯한 7-8명의 어부들. 이들은 똘똘 뭉쳐 단결하는데 한 겨울에 고기가 제대로 안 잡혀 식량난을 걱정해야할 판이다.
어느 날 어부들과 에바가 함께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저 멀리서 조난당한 배를 발견한다. 난파한 배에서 선원들을 구해주었다간 모자라는 식량이 동이 날 것을 걱정한 어부들은 에바에게 조난당한 선원들 구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결정하라고 맡긴다. 이 결정으로 인해 에바를 비롯한 어부들은 영화 제목대로 버림 받은 자들의 저주를 받게 된다.
며칠 후 난파선으로부터 흘러온 식량을 담은 나무통을 해변에서 발견한 에바는 어부들과 함께 식량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보트를 몰고 난파선이 있던 곳으로 간다. 목표지점에 가까이 이르자 난파선에서 살아남은 선원들이 살려 달라며 보트로 기어오른다. 이들을 노로 저지하면서 선원들은 익사한다.
며칠 후 선원들의 사체가 마을 해변에 흘러들어오면서 어부들은 7명의 사체를 관에 옮겨 놓는다. 그리고 그 때부터 에바는 자기 결정에 대한 죄의식 때문에 시달리면서 악몽을 꾸고 헛것을 보고 헛소리를 들으면서 공포에 휩싸인다. 에바 뿐 아니라 어부들도 죄의식과 함께 헛것을 보면서 공포에 떨게 되는데 이로 인해 똘똘 뭉쳤던 그들의 관계에 금이 가면서 자중지란이 일어난다. 살인과 폭력과 자살과 절벽으로부터의 추락 등 온갖 불상사가 일어난다. 헛간에 보관한 식량이 없어지면서 에바와 어부들은 선원들의 사체가 담긴 관을 열어보니 그 중 하나가 비었다. 영화 끝이 다소 김이 샌다.
영화를 밀고 가는 저력은 에바 역의 오데사 영으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에바와 다니엘의 애정을 품은 관계가 아주 미흡하게 묘사된다. 귀기서린 음악과 음향 효과도 영화의 스산한 공포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다. 도르두어 팔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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