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세관코드 위조해 우라늄 용융작업에 쓰는 ‘진공로’ 확보
▶ 핵공급그룹 무사통과…스페인→멕시코→남아공→중국→북한
세계 전체에서 수출입 상품 확인에 통용되는 'HS 코드'를 위조해 스페인에서 북한으로 핵무기 제조용 장비를 불법으로 수출한 사례가 확인됐다고 미국의 한 안보 싱크탱크가 전했다.
워싱턴DC 소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지난 15일 홈페이지에 올린 보고서에서 이런 사례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께 스페인에서 선적된 진공로(vacuum furnace)가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간 사례가 확인됐다.
이런 진공로는 핵무기 제조를 위한 금속 우라늄 용융 작업에 사용될 수 있으며, 핵공급그룹(NSG) 소속 국가들이 이런 장비를 북한에 수출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로 금지돼 있다.
추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진공로를 처음 선적한 것은 스페인에 있는 무역업자였으며 이때는 HS 코드와 관련 설명이 정상으로 달려 있었다.
이 진공로의 최초 공급자는 알려져 있지 않다.
스페인에서 온 물건을 멕시코에서 누군가 수령해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보냈으며 이 과정에서 무역 서류의 HS 코드와 설명이 단순히 '기계류'로 바뀌었다.
멕시코 내 수령자가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물건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간 후에는 HS 코드와 설명이 관세가 면제되는 '금속 폐기물'로 둔갑한 상태로 중국으로 수출됐으며, 다시 북한으로 건너갔다.
보고서는 "HS 코드 위조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며 "수출입 데이터를 전산으로 추적할 수 있으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가가 이러한 운영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멕시코나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러한 추적 시스템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며, 미국이나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 시행 중인 것과 같은 정교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ISIS 창립자이며 이번 보고서 저자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는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에 북한이 제재를 피해 핵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장비를 구하는 데에 엄청난 자원을 투입해 계획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이해하기로는, 멕시코와 남아공은 서방 측 정보기관들로부터 제 때 제보를 받지 못해 이 물건(북한으로 들어간 진공로)이 중국으로 선적되는 것을 막지 못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HS 코드는 국제관세기구(WCO)가 정한 '국제통일상품분류제도'(Harmonized Commodity Description and Coding System)에 따른 세관코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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