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세금 전쟁의 포문을 열면서 ‘켈트의 호랑이(Celtic Tiger)’로 불리는 아일랜드 경제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켈트의 호랑이’는 1994년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였던 케빈 가디너가 아일랜드를 ‘아시아의 네 마리 용’에 빗대어 부른 데서 유래했다. 아일랜드는 유럽 변방의 농업 국가였으나 1980년대 후반 이후 노사정 대타협과 외자 유치 등을 통해 ‘리피강(수도 더블린의 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특히 아일랜드는 2023년까지 12.5%(현행 15%)의 낮은 법인세율을 내세워 애플·구글·화이자 등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했다.
하지만 트럼프발(發) 충격에 해외 자본 의존도가 높은 아일랜드 경제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법인세 최저세율을 15%로 정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글로벌 최저한세’ 합의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했다. 또 미국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1%에서 15%로 낮출 방침이다. 게다가 아일랜드는 미국의 네 번째 무역 적자국이다. 2023년 대미 수출액 540억 유로 가운데 360억 유로어치는 아일랜드에 제조 공장을 둔 미국 제약사들이 본토로 역수출한 제품들이다. 관세 폭격을 받고 법인세 실효세율이 미국과 비슷해지면 빅테크 등 미국 기업들이 자국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아일랜드가 미국을 희생해 무역 흑자를 내는 것은 터무니없다”며 무역 보복을 예고했다. 외국인 기업들의 아일랜드 국내총생산(GDP) 기여 비중은 61%에 이른다. 상위 미국 기업 3곳만 떠나도 아일랜드 전체 법인세수의 43%(2023년 기준)가 줄어든다. 영국 BBC는 “미국의 추가 관세로 유럽연합(EU) 가운데 아일랜드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제 개편을 계기로 주요국의 감세 경쟁이 본격화할 공산이 크다. 우리나라도 법인세 최고세율을 선진국 평균 수준으로 낮추고 복잡한 누진 구조를 단순화해야 기업들의 해외 탈출을 막을 수 있다.
<최형욱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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