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FTA로 대부분 관세 없지만 법적 규제 등 ‘비관세’ 공세 농후
▶ “모든 가능성 감안해 협상 준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들면서 우리 정부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대(對)미 무역 흑자국인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부분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가 없지만, 법적 규제 등 비관세 장벽을 트집 잡아 원하는 품목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를 두고 ‘국가별로 관세율을 정하겠다’는 큰 틀의 취지를 밝힌 거라 보고 있다. 취임 당일 서명한 ‘미국 우선 무역 정책’ 각서에 따라 각 부처가 비관세 장벽을 포함해 각국의 무역 행태를 4월까지 조사하면 이를 바탕으로 국가별 관세율을 미국이 매기겠다는 선언이라는 해석이다. 품목별로 양국이 서로 같은 관세를 매기는 기존의 상호관세와는 다르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무역 불균형을 맞춘다는 취지에서 상호적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에서 구체적인 부과 시기나 방법은 언급되지 않았다.
무역 균형을 따지는 기준은 대미 흑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FTA로 관세가 0%에 가깝지만 지난해 대미 무역 흑자 규모 7위를 기록해 상호관세 대상국에 들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는 2015년 오바마 정부(258억8,000만 달러) 때부터 꺾여 2019년 114억6,500만 달러까지 떨어졌다가 매년 상승해 2024년 556억6,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은 2년 연속 한국의 최대 흑자 대상국이기도 하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한구 피터슨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무역적자를 많이 내는 나라부터 (상호관세) 대상국으로 삼을 것”이라며 “미국이 ‘한국은 서비스 등 다른 분야 규제가 많아 무역 적자를 확대시킨다’고 규정하면 관세 부과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상호관세를 꺼낸 것”이라는 말이다. 최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을 미국 플랫폼 기업 규제라며 맹렬히 비판한 바 있다.
상호관세의 화살이 어디로 향할지는 미지수다. 로이터통신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의 말을 빌려 상호관세 대상에서 자동차, 의약품 등 네 가지 품목은 면제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지만 계속되는 미국의 관세 관련 발표에 자동차,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호관세에 최근 발표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처럼 특정 품목에 대한 보편관세 부과도 병행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여 선임연구위원은 “상호관세를 중심으로 끌고 가면서, 철강이나 자동차 등의 경우 분야별로 (관세가) 부과 가능하다”고 했다.
협상안은 한층 더 복잡해지게 됐다. 특정 산업에 대한 대미 투자 확대 같은 산업적 해결책과 함께, 규제·세금·보조금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합적으로 봐야 해서다. 외교부 경제통상대사를 지낸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비관세 장벽을 포함한다는 건 우리의 정치·경제 정책과도 연관돼 훨씬 더 충격이 크다”며 “미국이 원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언급되기 전까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상안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도 “(협상안을 제시해) 품목별 관세에 대해 예외 인정을 받으면서,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불공정하지 않다는 점을 해명해 상호관세까지 동시에 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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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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