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략자’ 러와는 新밀월관계…전쟁 피해 젤렌스키는 ‘독재자’로 맹비난
▶ G20 불참하고 USAID 해체…집권 한달만에 ‘기존 외교노선’서 급속 탈피
▶ “2차대전 이후 세계질서에 근본적 도전” vs “달라진 지정학구도 수용해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대통령(오른쪽)[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대외정책이 집권 1개월만에 국제질서에 거대한 파고를 몰고 오는 양상이다.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수준을 넘어,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형성해온 자국 주도의 동맹 시스템과 자유 무역 시스템을 해체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가장 상징적인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로 칭한 일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이유로 국회의 의결에 따라, 예정된 대선을 치르지 않았고, 그로 인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초 정해진 임기 만료 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독재'로 규정한 것이었다.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철권통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신(新)밀월' 관계를 예고하면서 그의 침략 전쟁에 맞서 3년간 항전을 이어온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독재자'로 부른 것은 세계 최강대국 미국 현직 대통령의 세계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또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주요 7개국(G7)의 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 성명에 '러시아의 침공'(Russian aggression)이라는 표현을 넣는 데 반대하고, 러시아를 규탄하는 유엔 결의안 초안에 이름을 올리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의 미국'은 직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유럽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항전을 지원하며 러시아를 고립시키던 기존 노선에서 이탈하면서 러시아와 손 잡은 채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동맹들에게 양보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만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은 새로운 세계질서가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제하의 20일자 기사에서 "동맹국들에 대한 거리두기에서부터 적들에 대한 칭찬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년간 이어온 미국의 외교정책을 버릴 태세"라고 썼다.
WSJ은 "2차대전 종전 이래 미국 주도의 동맹 시스템은 미국의 힘을 강화했다고 대다수 외교정책 전문가들이 말한다"며 "미국은 유럽·중동·아시아의 동맹에 대한 보호를 맹세하고, 글로벌 자유무역과 안정의 보증인 역할을 했고, 그 임무에는 과거엔 소련, 최근에는 중국에 맞서는 것이 포함됐다"고 짚었다.
신문은 그러면서 "트럼프는 동맹국들이 미국에 주는 것보다 많이 가져간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의 군사력과 핵우산에 안보를 의존하는 대신 동맹들은 그들 자신의 군대에 더 많이 돈을 써야 하며, 미국의 호의를 계속 누리려면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와 함께, 무역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카드'를 뽑아 들면서 미국이 수십년간 주도했던 자유무역 중심의 세계화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미국 인수 및 개발 구상, 파나마 운하 반환, 캐나다 합병, 그린란드 획득 등을 제기하며 '확장주의' 논란도 야기했다.
2차대전 이후 물리적 영토 확장보다는 각국 동의에 기반한 무형의 '헤게모니' 확대에 치중하고, 논란은 적지 않았지만 '세계의 경찰' 역할을 자임해온 미국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극히 낯선 모습이었다.
또 미국의 국제사회 기여를 상징해온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사실상 '해체' 수순에 접어들었고, 미국과 중국이 함께 참여하는 국제 문제 논의의 장인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와 외교장관 회의에 미국은 장관을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
이 같은 트럼프 2기 행보에 대해 WSJ은 기존 국제질서의 해체로 간주하는 우려섞인 견해에서부터 트럼프식 '거래 전술'이라는 견해까지 다양한 시각을 전했다.
공화당 출신으로, 민주당 소속이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방 장관을 지낸 척 헤이글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2차대전후 세계의 근간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나는 미국과 세계의 미래에 대해 지금처럼 걱정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리처드 하스 전 미국외교협회 회장은 "미국의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에 대한 평판은 심각하게 손상됐다"고 평가했다.
또 USAID의 대외지원 프로그램 일부가 끊긴 네팔이 중국의 지원으로 해당 공백을 채우려 하는 등의 상황과 관련, 진 섀힌 미 연방 상원의원(뉴햄프셔·민주)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사회 리더십 공백 만들고 있다면서 그 공백을 "중국과 러시아, 그 외 다른 적들이 채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보수 성향 헤리티지 재단의 빅토리아 코츠 부회장은 "트럼프가 2차대전 이후의 질서를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는 더 이상 2차대전 이후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으며, 우리는 변화한 지정학적 구도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파나마 운하 반환 요구는 파나마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를 포기하게 만드는 효과로 연결됐고, 가자지구 인수 및 개발 구상은 트럼프 대통령과 중동 정상들간의 연쇄 대화의 장을 만드는 등 트럼프의 '변칙적' 대외 언행이 '성과'를 만들고 있음을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집권 1기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으나 지금은 '반(反_트럼프'로 돌아선 존 볼턴 전 유엔 대사는 WSJ에 "트럼프는 세계질서를 해체할 만큼 충분히 일관성 있는 이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볼턴은 "이것은 한 사람(트럼프)의 견해이지만 불행히도 그는 미국의 대통령"이라면서 동맹국들에게 "이를 악물어라"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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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는 트럼프가 지 발등을 찍고, 자기 무덤을 파게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신나게 지가 하고싶은 걸 막 하는데, 불법 혹은 월권행위에 대한 대책없이 기분에 따라 마구잡이식 정치를 하면, 임기 말이 되면 자신이 던진 그물에 스스로 걸려들 수 있다. 물론 잘한 일도 있겠지만, 잘못한 일이 더 많아지면 그렇다는 뜻이다. 편안한 노후는 힘들 것 같다.
'제비 한 마리가 봄을 가져오지 않는다.' 걸레같은 저질인간 한 마리가 국제질서를 재편하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잠시 동조하는 척들을 하겠지만, 이미 형성된 국제질서 인프라를 뒤집지 못한다. 전후 수십억명의 인구를 먹여살리는 거대한 strurcture를, 한 정신사나운 인간의 멍청한 시도로 완전히 flip할 수 없다는 사실은 너무 쉬운 추론이다. 저 걸레같은 저질인간의 초기 발광은 자발적 저항을 저절로 소환하고, 상반된 도전에 응전하면서 상충하고, 스스로 소멸하게된다. 그러니 한번 뒤집어봐라. 4년간 재미난 구경이나 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