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미국 콜로라도 덴버시에서 희귀 동전 경매가 열렸다. 덴버 조폐창에서 만들어진 1센트짜리 미국 동전 ‘페니’가 경매 대상으로 올랐는데 최종 낙찰가는 놀랍게도 170만 달러(약 24억 원)였다. 1943년에 주조된 구리 동전이라는 희소성이 고액 낙찰가의 배경이었다. 그해 만들어진 1센트 동전들은 ‘전쟁 페니’ 또는 ‘강철 페니’라는 별칭을 얻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탄피 제작을 위해 구리를 끌어 쓰다 보니 정작 1센트 동전을 찍어낼 재료가 모자라 강철에 아연을 도금해 주조했다.
당시 미국 샌프란시스코·필라델피아·덴버 등 3개 조폐창에서 만든 1센트 강철 동전은 11억 개에 달했다. 덴버 조폐창의 실수로 동전 주조 과정에서 강철이 아닌 구리 동전이 일부 만들어졌는데 지금까지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1센트 구리 동전은 10여 개에 불과하다. 동전 수집가들이 1943년 주조된 1센트짜리 구리 동전에 열광하는 이유다. 희소성 때문에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강철 페니에 구리를 도금하거나 1948년 페니의 연도 끝자리 숫자 ‘8’을 ‘3’으로 바꾼 가짜 1943년 동전도 종종 등장했다.
미국 최초의 페니는 1793년 필라델피아 조폐창이 주조했다. 1909년에는 현재 사용되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초상이 들어간 페니가 처음 제작됐다. 효율성과 실용성을 내세우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의해 페니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트루스소셜에서 “미국은 너무 오랫동안 2센트 이상의 비용이 드는 1센트 동전을 주조해왔다”며 재무부 장관에게 페니 생산 중단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세월이 흐르면 돈의 가치가 변하는데 페니가 230여 년 동안 살아남은 게 신기할 정도다.
국내에서 물가 상승에 맞춰 소득세 과표구간을 조정하는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득세율 35%가 적용되는 8800만 원 이상 기준은 2008년 이후 17년째 그대로다. 물가 상승에 따라 화폐 가치가 변하는데 세제 등은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낡은 세제를 현실에 맞게 손질하는 것을 검토해야 할 때다.
<홍병문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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