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자주 거론하고 있다. 워낙 교묘한 인물인지라, 의도가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많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계엄사태 직후 공개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들은 나를 ‘한국의 트럼프’ 같다고 한다”고 했다. 자신을 ‘현실주의자’로 소개하는 맥락에서 꺼낸 얘기지만, 수많은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끝내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 스토리가 자신에게도 실현되길 바라는 심리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뒷얘기를 낳았다.
■지난 14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선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망을 환영한다”며 “올해 안에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자로 추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앞서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해 논란을 빚은 직후 얘기다. 북미대화에 성과를 내달라는 맥락이겠지만, 왠지 어색한 찬동과 치사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지난 17일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국익을 위해서라면 동맹국과의 관세전쟁도 불사한다”며 “우리도 배워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우리도 트럼프처럼 해보자는 얘기인 셈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에도 한 외교정책 간담회에서 “트럼프 당선자의 대외정책은 국제 질서, 가치, 이념보단 결국 미국의 국익에 집중될 것 같다”며 “우리도 진영·가치 외교를 벗어나 철저하게 우리 국익에 입각한 실용외교로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 얘기는 잘못된 인식에 따른 위험한 몽상일 수 있다. 우선 이 대표는 지금 우리 외교가 ‘국익을 외면한 비실용외교’라는 식이지만, 엉뚱한 얘기다. 계엄사태로 엉망이 됐지만 윤석열 정부의 가치외교ㆍ동맹외교는 격렬한 미중대립기에 어설프게 간만 보다 양쪽의 불신만 부른 문재인 정부의 ‘이상주의 외교’를 보정하려는 현실적 선택이었다.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 찬양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자국에 손해라며 국제사회의 보편 이념이나 가치를 팽개치고 힘으로 해보자는 헤비급 미국의 주장에 라이트급인 우리가 박수 치고 앞장서는 격이기 때문이다.
<장인철 / 한국일보 수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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