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8일 캐나다 토론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토론토 메이플리프스와 내슈빌 프레더터스의 경기는 ‘방송사고’ 때문에 화제가 됐다. 초대가수가 미국 국가를 부르자마자 마이크가 끊겼는데, 캐나다 관중들이 즉시 끊어진 국가를 받아 나머지 소절을 끝까지 제창했다. 미 CBS 방송은 “한 박자도 안 놓쳤다”고 칭찬했고, 유튜브엔 미국인들의 감사 댓글이 빗발쳤다. 정작 캐나다인들은 ‘뭐, 이웃에게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 한중일에선 상상할 수 없지만, 캐나다에선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프로리그를 한 나라처럼 운영하니 캐나다인도 미국 국가에 익숙하다. 토론토 시민들은 2023년 3월 14일 버팔로 세이버스와의 경기에서도 끊어진 미국 국가를 대신 불러줬다. 미국의 잘난 척과 힘자랑이 불만인 캐나다인들도 있지만, 그래도 두 나라는 가장 비슷하고 가까운 ‘모범 이웃’이다. 국제 무대서도 한목소리를 낸다. 캐나다는 한국, 이라크, 유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을 따라가 함께 싸웠다.
■ 그러나 ‘오 캐나다’(캐나다 국가)를 모르는 미국인들을 위해 ‘별이 빛나는 깃발’(미국 국가)을 불러주던 캐나다인들의 호의는, 도널드 트럼프 취임 이후 깡그리 짓밟혔다. 트럼프는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삼자며 조롱하더니 지금은 관세 250%로 협박 중이다. 이제 캐나다인들은 미국 국가에 야유를 보내고, 카페에선 ‘카페 아메리카노’ 대신 ‘카페 캐나디아노’를 판다. 아이스하키(1994·2011년 밴쿠버 폭동)가 아니면 화내지 않는 캐나다인들이 등을 돌렸다는 건 미국이 크게 잘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 미국은 캐나다와 세계 최장 국경(8,900㎞)을 맞대면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동맹 덕에 천문학적 국경 유지 비용을 아낀다. 그 동맹체제를 딛고 미국은 대서양과 태평양으로 마음껏 세력을 뻗칠 수 있다. 그런데도 미국의 정·부통령은 동맹국 총리를 주지사로 비하(트럼프)하고, 혈맹을 어중이떠중이로 폄훼(밴스)한다. 캐나다마저 당하는 모습을 보면, 가치 대신 돈에만 혈안이 된 트럼프-밴스 듀오가 한미동맹을 거덜 내는 시나리오에도 대비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이영창 /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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