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원식 국회의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일부개정법률안 가결을 선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진짜 역하고 이기적이네. (자기들) 연금 올려서 10~30대한테 40·50대 짐을 떠넘기겠다는 거 아닌가.”
2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전날 국회를 통과한 국민연금 개정안을 두고 이 같은 성토가 수십 건 쏟아졌다. 보험료율(9%→13%), 소득대체율(40%→43%) 인상으로 기금소진 연도는 기금운용수익률별로 9~15년 연장(현행 4.5% 수익률을 5.5%로 올리면 소진시기 2071년)되지만, 소진 시기 이후 연금을 받게 되는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불만이 거세다. 국가 지급보장이 명문화됐기 때문에 기금이 소진돼도 연금을 받을 수 있으나, 이는 결국 미래세대가 내는 세금으로 충당한다는 의미여서 부담은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이번 연금개혁은 보험료율을 무려 27년 만에 인상하며 기금 건정성을 위한 첫 단추를 뀄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청년들은 개혁의 가장 큰 혜택이 40·50대 기성세대에게 집중된다고 비판한다. “아랫세대가 더 내게 해서 나까지는 막차 타자, 이 논리 아닌가” “기성세대 정말 너무 한다. 자기 아들 딸 세대에게 그러고 싶을까” “늙은이들을 위해 더 젊은이들을 죽이는 개혁” “20·30세대가 집값도 설거지했는데, 국민연금도 설거지해야 하는 건가” “(개혁안 본회의 통과 날은) 20·30세대 노후 멸망의 날”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청년층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없다는 점에서 배신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다. “정치인들이 오랜만에 뜻이 맞네. 좌파나 우파나 결국 정치인 놈들은 쓰레기” “20·30대가 들고 일어나야 하는 거 아닌가” “국민연금 개혁 반대 집회는 왜 없나” “청년 집회가 있다면 당장 나갈 것 같다”는 격앙된 목소리도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청년세대의 국민연금 불만을 달래기 위해 지난해 ‘세대 간 보험료율 차등 인상안’을 내놓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외됐다. 복지부 방안은 ‘세대 간 형평성 제고를 위해 인상 속도에 차이를 두겠다’는 취지로 50대는 4년 동안 보험료율을 1%포인트씩, 20대는 16년 동안 0.25%포인트씩 인상 속도를 달리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험료율 차등화는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다”고 전했다. 한국금융연구원도 보고서에서 “’세대 간 갈라치기’라는 비판이 있지만, 세대 간 불공정성을 조금이나마 축소하고 연금 개혁에 젊은 세대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지지했으나, 장노년층 의원들 위주로 구성된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청년층에게 노후보장의 믿음을 주기 위해선 꾸준한 구조개혁이 지속되어야 한다. 김학주 동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모수개혁은 쉬우니까 먼저 하고 구조개혁은 어려우니까 나중에 하자는 것”이라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자동조정장치로 미적립 부채를 최소화하고, 기초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을 포함한 다층적 체계의 구조개혁까지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미래세대에게 과중한 연금 부담을 지우려는 일부 기성세대의 행동은 부도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가입자수·기대여명에 따라 연금이 자동삭감되는 자동조정장치는 야당뿐아니라 상당수 전문가들도 반대하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국민연금과 또 다른 공적연금의 축인 기초연금의 통합 등 상대적으로 합의가 용이한 부분부터 연구와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기금 건전성을 확대해 가야 한다.
연금개혁청년행동(청년행동)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연금개혁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청년행동은 “연금개혁으로 가장 큰 피해자가 되는 건 미래세대이지만 논의 과정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됐기에, 청년들의 의견을 반영해 입법하고 연금특위를 구성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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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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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론 70에 은퇴하고 75세부터 연금 타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