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젊어서 즐겨 부르던 김소월의 작시로 노래 산유화가 생각난다.
산에는 꽃이 피네 꽃이 피네. 봄 가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정말 정겨운 노래다. 아울러 김소월의 작시로 된 노래 중 가장 가슴 설레게 하는 또 하나의 시 초혼을 잊을 수 없다. 이 시를 쓰게 된 동기가 너무나 비통하고 애절했기 때문이다.
김소월은 가정이 가난한 상태에서 남산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평북 정주의 오산 학교를 진학했다. 그때 3살이나 많은 누나뻘 “오순”이라는 여자와 사귀면서 서로 의지하고 상처를 보듬으면서 사랑했다. 그러나 그 행복은 너무 짧았다. 오산 학교 재학 중, 14세 때 할아버지의 친구 손녀인 “홍 달실” 이란 여자와 강제 결혼을 하게 되었다.
당시 상황으로는 조혼(早婚)에다 집안 어른들이 임의로 결정하던 때라 어쩔 수 없었다. 세월이 흘러 “오순”이도 19살 되었을 때 그녀도 억지로 다른 사람과 결혼하게 되었다. 그 후 둘이 연락은 끊겼지만 소월은 오순이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운명의 신은 가혹해서 얼마 되지않아 가슴 아픈 일이 발생했다.
오순이가 결혼 3년 뒤에 그의 남편한테 맞아 사망했다. 그 남편이란 자는 심한 의처증에 시달려 걸핏하면 폭력을 삼는 포악한 자였다. 소월은 가슴 아픈 마음을 안고 “오순”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그리고 사랑했던 그녀를 기리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한 편의 시를 헌사 한다. 바로 교과서에까지 실렸던 “초혼”이다. 그 시를 음미해 본다.
초혼 (招魂)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왠지 눈물이 맺히며 그리 가엾은 생각마저 드니 어찌 하리
<
임형빈/한미충효회 회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