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일러 대국이라고 하고 일본은 왜(倭)라고 부르며 그 작음을 조롱했다. 중국은 나라가 턱없이 크고 넓어 다스리기 힘들텐데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힘겹게 지탱한다.
차라리 변방의 몇 개 지역은 민족이나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달라 독립시키는 게 중국 자신을 위해서라도 유익할 것 같다. 트럼프가 캐나다를 미국에 편입시키니 어쩌니 흰소리를 하여 공연히 평지풍파를 일으켰지만 그런 말도 쓸데없는 대국 발상이다.
땅이 덩어리가 커서 그런지 방만 천개라는 자금성(紫禁城)도 엄청나다. 그런데 그게 중국에 어울리기는 하다. 그 넓은 땅에 경복궁만한 궁궐을 지었다면 균형이 맞지 않았을 터이고 서울에 자금성 같은 궁궐을 지었다면 그 역시 언밸런스였을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큰 나라 중국으로 인한 핍박은 조선에겐 형벌이나 다름없었다. 일본도 조선을 적잖이 괴롭혀 나라를 근심케 하더니 결국은 멸망시켰다. 우리는 이웃에 있는 두 나라가 악연이었고 골치였다.
고래 외교의 원칙이 근린원공(近隣遠攻), 옆에 있는 나라와는 자별하게 지내고 먼 나라와는 싸운다, 라는 것인데 중국과 일본은 이웃 나라임에도 늘 우리를 겁박하고 싸우며 지냈다. 희한한 두 나라를 옆에 둔 셈이다. 그러나 이제는 옛말을 하면서 사는 시대가 되었고 전혀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며 살아야하니 구원(舊怨)에 마냥 사로잡힐 일은 아니다.
그리고 이 글은 두 나라와의 외교적 관계를 기술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다. 인생을 살면서 겪는 작고(小) 큼(大)을 일별하려는 의도뿐이니 불필요한 스트레스는 받지 말기 바란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스케일이 과하게 크다면, 일본은 과하게 축소지향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신기하게도 중간쯤에 위치했다고 보면 되겠다. 국수주의적 관점이 아니더라도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여러모로 우리가 적당하고 보편적이고 괜찮은 나라다. 크기나 인구로 보면 한국이 가장 작은 나라인데 뭔가 3국 중에 키(key)를 쥔 듯한 느낌이 없지 않다.
고 이건희 회장의 언급이 아니더라도 3류나 4류로 취급받는 우리나라 정치를 최소한 2류 정도로만 끌어 올린다면 아마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벌써 대접을 받고도 남았을 터이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의식 속에 한 가지 버렸으면 싶은 의식구조가 있다. 그것은 크기에 대한 선망(羨望)의식이다. 무조건 큰 것을 선호하고 큰 것이 좋다, 라는 생각이 점점 확산되는 느낌이 보이는데 여기서 조금 더 과해지면 중국을 모방하는 경향으로 갈 수 있다.
솔직히 일본의 축소지향은 그리 좋게 생각되지는 않는다. 일본의 가옥구조도 지나치게 오밀조밀하고 아기자기하다. 집안에 만든 정원도 우리 취향이 아니다. 우리는 적당한 게 좋다. 과하게 크거나 과하게 작은 건 우리식이 아니다.
지나침은 모자란 것보다 못하고 현실적인 삶이 아닌 것은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우리 성정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드라마나 영화도 공상적인 작품을 싫어한다. SF니, 우주영화니, 이런 소재는 아주 특별한 경우 외에는 폭망으로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간 집에 대하여 과한 “크기” 욕심을 목격한다. 한국에서 상영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터무니없이 큰집이 등장한다. 그런 장면이 은연중 빈부의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하려니와 부자들에 대한 선망의식을 부추기는 해악의 뿌리임을 알아야한다. 그렇게 우리나라 재벌 집이 화려하고 넓고 크고, 무슨 성채를 방불케 하는 구조가 진실일지 의심스럽다.
그런데 문제는 거의 모든 연예인들이나 유명 인들도 새 집이나 아파트를 구입했다고 보여주는 걸 보면 이 역시 입이 벌어진다. 자기 돈 내고 샀으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참으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의 현장이 너무 많다.
뿐만이 아니다. 재벌이나 유명 인이 아닌 일반 서민들도 그런 취향과 경향을 따라가려는 현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작은 집도 문제가 있지만 지나치게 큰 것도 그 못지않은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분수에 맞는 크기를 갖추는 게 옳을듯하다.
우리는 적당한 게 좋다. 남 보기에도 그렇고, 화려하고 큰 것이 당장은 좋지만 그것을 유지하는 경비도 보통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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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환/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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