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 김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특히 교육 분야, 그 중에서도 대학 입시에서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되어버렸다. 지금 미국 대학입시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단순히 한 두개 요소의 개편이 아니다. 입시라는 제도의 철학, 그리고 그 속에서 학생을 바라보는 눈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에세이’, 그리고 그것을 바꾸는 ‘생성형 AI’가 존재한다. 대학 입시에서 에세이는 단순한 작문 과제가 아니다. 이는 학생이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는 공간이다. 성적표나 추천서, 과외활동 목록으로는 담기 힘든 개인의 고유한 서사를 담아내는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대학들은 늘 에세이를 통해 ‘이 학생은 누구인가’를 파악하려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많은 학생들이 영어 교사나 부모, 심지어 전문 입시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글을 수정했다. 그 결과 실제보다 더 세련된, 그러나 덜 진정성 있는 글이 대학 입시를 채우기 시작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누구의 목소리인가?’ 라는 질문은 점점 더 모호해졌다.
그런 와중에 2022년 말 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형 AI가 등장했다. 그리고 불과 2년 만에 수많은 학생들의 글쓰기 도구로 자리잡았다. AI는 철자와 문법을 잡아주고, 논리적 흐름을 제시하며, 심지어는 감성적인 문장도 뽑아낸다. 그 기능은 놀랍도록 정교하며, 무엇보다 무료이거나 매우 저렴하다. 한 마디로 모두에게 열린 글쓰기 도우미다.
AI의 등장은 공정성이라는 오래된 논쟁을 다시 꺼내 들었다. 소득이나 교육 자원에 관계없이 누구나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이는 그간 존재하던 불평등을 해소하는 새로운 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이전에는 적잖은 돈이 드는 입시 컨설턴트의 손길을 받을 수 있던 일부 학생들이 누리던 혜택을 이제는 누구나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대학들은 곤란한 질문을 맞닥뜨리고 있다. ‘이 글은 학생 본인의 역량을 반영하는가?’ 하는 문제다. 특히 명문사립 듀크대는 이 질문에 정면으로 응답한 대학 중 하나다.
2024년 듀크대는 더 이상 에세이에 점수를 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점수 대신 ‘학생의 진정성’, ‘배경 속의 판단력’, ‘인간적인 면모’를 본다는 것이다. 듀크대는 말한다. 이제는 ‘글의 완성도’가 아닌 ‘사람 그 자체’를 보고 싶다고. 이 발언은 단지 한 대학의 방침이 아니다. 이는 AI 시대에 학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다. 글이 아무리 유려해도 그 속에 담긴 사고력과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면 그것은 평가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흥미로운 점은 변화는 학생만이 아닌 대학에게도 닥쳐왔다는 사실이다. 입학 사정관들 역시 AI를 점점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2023년 한 조사에 따르면 대학 입학 사무처의 절반 이상이 이미 AI를 도입하고 있었고, 2024년에는 80%가 넘는 대학이 이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입학 사무처는 AI를 통해 수천 개의 성적표, 추천서, 에세이를 분석한다. AI는 단어의 뉘앙스, 문장의 구성, 활동 목록의 질을 빠르게 파악한다. AI는 인간의 직관을 대체하지는 않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요약하고 분석하는데 있어 강력한 보조자 역할을 한다.
Slate라는 소프트웨어는 AI 기반 서류 분석 기능을 2025년 중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이 기능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입학 사정관들은 수천명의 지원자를 훨씬 빠르고 체계적으로 검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855)466-2783
www.theadmissionmasters.com
<
지나 김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