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원래세율서 ‘±α’
▶ “대통령 혼자서 정하나”
▶ 90일 유예 후 또 연장
▶ 불확실성에 각국 ‘혼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일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제하고 있다. 옆으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앉아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일 한·일 등에 보낸 상호관세 서한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우선 4월9일 0시를 기해 발효된 지 13시간 만에 90일간 유예했던 57개 경제주체(56개국+유럽연합) 대상 상호관세 부과는 내달 1일까지 다시 연기됐다. 1차 설정한 상호관세 유예기간(8일까지) 만료가 다가오자 지난달 26일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유예 연장 가능성을 띄웠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후반만 해도 유예 연장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최종적으로 연장을 택했다.
여기에는 관세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딜레마’가 투영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를 통해 각국의 대미 생산설비 투자를 늘리고, 미국 내 제조업 재건을 꾀하는 동시에 감세에 따른 세수 감소분도 충당하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지만 관세가 물가 상승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것보다 그것을 지렛대 삼아 각국의 대미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쪽이 상책이라는 판단하에, 각국과의 협상 시간을 약 3주 더 늘리며 합의를 압박하는 것일 수 있다. 그리고 연방준비제도(FRB·연준)와 ‘금리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 확전에 부담을 느끼게 만든 요소일 수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은 트럼프 취임 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4회 연속 금리를 동결하면서 그런 결정의 근거로 관세로 인해 커진 경제의 불확실성을 거론한 바 있다.
더욱이 8월에는 중국과 ‘건곤일척’의 무역 담판을 해야 한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상황에서 관세전쟁의 전선을 확대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부담되는 일일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율을 통보한 나라 중 일부에 대해 4월 애초에 책정한 세율에서 변화를 준 것이다.
한국(25%)과 남아프리카공화국(30%)은 그대로였지만 일본과 말레이시아는 각각 1% 포인트 올라간 25%였고, 카자흐스탄은 2% 포인트 내려간 25%를 통보받았다. 미얀마와 라오스는 각각 40%로 통보받았는데, 미얀마는 4% 포인트, 라오스는 8% 포인트 각각 내려갔다.
이 같은 세율 변화의 이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나 백악관은 아직 구체적인 근거를 설명하지 않았다. 일본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협상 태도에 대한 불만을 표하며 최대 35%를 부과할 수 있다고 했는데, 결국 1% 포인트 상향 조정을 택했다. 이런 세율 변화는 상호관세가 자국 산업 보호 목표가 강한 품목별 관세에 비해, ‘협상카드’의 측면이 큰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상호관세는 4월 처음 세율이 책정될 때부터 각국의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을 감안할 것이라는 사전 설명과 달리, 해당국으로부터의 수입액과 해당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를 수식에 대입해 산출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각국에 보낸 서한에서 “이런 관세는 우리와 귀 나라 간의 관계에 따라 상향이나 하향으로, 조정될 수 있다”며 무역 이외의 요인에 의해서도 상호관세율이 조정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일국의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미국의 관세율이 트럼프 대통령 의지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났다가 줄어들고, 관세 부과 시기도 잇달아 조정되면서 ‘불확실성의 안개’가 걷히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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