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봉구 자택 인근 주민들 사제폭탄 탓 새벽 대피 소동
▶ “손재주 좋고 연장 들고 다니던 사람…아들과 다툼 잦아”

21일(한국시간) 인천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가족을 숨지게 한 피의자의 주거지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서울경찰청은 경찰특공대가 피의자의 서울 도봉구 쌍문동 주거지에서 신나와 타이머 등 사제 폭발물을 발견해 제거했다고 밝혔다. [연합]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대피한 주민들의 공통된 얘기더라고요."
인천 연수구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로 30대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 A씨가 거주하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 자택 인근 이웃들은 A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1일(한국시간) 연합뉴스와 만난 이웃 주민들은 하나같이 충격과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새벽 주민들은 때아닌 대피 소동을 겪었다. A씨가 자택에 사제폭탄을 설치한 사실이 확인되며 경찰이 폭발물 해체 작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A씨 집 위층에 사는 강현수(22)씨는 이날 새벽 경찰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깨 가족과 함께 인근 모텔로 급히 대피했다.
강씨는 "큰일이 없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바로 아랫집에 폭탄이 있었다고 하니 두렵다"며 "경황이 없었는데 이제야 슬슬 현실감이 든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전날 오후 9시 31분께 인천 연수구 아파트에서 자신의 생일잔치를 열어준 30대 아들에게 사제 총기를 쏴 살해한 뒤 도주하다 이날 새벽 서울 서초구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A씨로부터 '쌍문동 집에 낮 12시에 사제 폭탄이 터지도록 설치해놨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오전 이날 1∼3시께 아파트 주민 70여명 등 105명을 긴급 대피시킨 후 폭발물 제거 작업을 벌였다.
현장에서는 신나, 타이머와 함께 A씨가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발물이 발견됐다.
이 아파트 11층에 사는 남순덕(77)씨는 "자고 있는데 경찰이 문을 두드려 잠옷 차림으로 나왔는데 걱정돼서 잠도 못 자고 꼬박 밤을 새웠다. 폭발하기 전 발견해서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폭발하기 전 발견해서 천만다행이라지만 자기 아들을 죽이고 폭발물까지 설치한 사람을 어떻게 벌줘야 하느냐"고 혀를 찼다.
그는 또 "A씨가 관리비도 몇 년 동안 안 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6층 주민 조모(60)씨는 "항상 연장을 들고 다니고 잘 씻지도 않던 사람"이라고 A씨를 떠올렸다.
조씨는 "A씨가 손재주가 뛰어나다고 하니 이웃들끼리는 가벼운 말로 '총도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는데 진짜 만들었다"며 "예전에는 아들과 살았는데 지금은 혼자 산다고 하더라. 아들이 유학을 다녀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B(57)씨는 "나는 직접 본 적이 몇 번 없지만 이웃들 말을 들어보면 모두 조용하고 담배 냄새가 많이 나던 아저씨라고 하더라"며 "아들이 종종 아파트에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봤다고 한다"고 전했다.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는 A씨가 이전부터 아들과 다툼이 잦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계획대로) 실제 폭발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다"며 "현재는 추가 상황이 없어 A씨 집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A씨를 상대로 총기와 폭발물 제작 경위와 자세한 범행 동기를 조사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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