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수록 옥죄는 트럼프 2기 반이민 정책
▶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 세부지침 발표
▶ “출생증명서 만으로는 여권·소셜번호 안돼”
▶ DACA 수혜자도 추방 경고… 자진출국 종용
갈수록 강경해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기조 속에 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이 출생시 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의 구체적 시행 방안을 공개해 이민자 사회의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여기에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수혜자들에게 자진 출국을 종용하는 조치가 이어지고, 무자격 이민자에게 학자금 혜택을 제공한 혐의로 5개 대학에 대한 연방 조사가 착수되면서 반이민 정책이 전방위로 강화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서 태어난 아동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기존 제도를 사실상 폐기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5일 연방 국토안보부 산하 USCIS는 출생시 시민권을 제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대한 세부 시행 계획을 내놓으며 관련 지침 초안을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20일 서명한 해당 행정명령은 연방 수정헌법 제14조가 보장해온 출생시 시민권 자동 부여 원칙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조치로, 불법체류자나 단기 비자 소지자의 미국 출생 자녀에게는 더 이상 시민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연방법원의 제동으로 효력이 정지된 상태지만, 정부 기관들은 실제 시행을 전제로 한 내부 준비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이번 시행 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아동은 출생증명서만으로는 시민권을 인정받을 수 없으며, 부모 중 최소 한 명이 시민권자이거나 합법 체류 신분을 갖추고 있어야만 여권, 소셜시큐리티 번호(SSN), 연방 혜택을 신청할 수 있도록 기준이 변경된다. 이는 ‘출생지에 의한 자동 시민권’에서 ‘부모의 자격 기반 시민권’으로의 구조적 전환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USCIS는 국무부, 사회보장국(SSA) 등과 협력해 출생 등록 단계에서부터 부모의 신분을 확인하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시민권 관련 서류 발급을 제한할 방침이다. 이로 인해 부모의 체류 자격이 불분명하거나 적격하지 않은 경우, 자녀가 무국적 상태에 놓이게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외교관 자녀와 난민·망명자 자녀 등 일부 예외 대상에 대해서는 제한 적용이 유보될 수 있다는 단서도 포함됐다.
현재로서는 해당 행정명령이 시행되기까지는 복수의 연방법원 판결을 넘어야 하며, 전국적인 효력 여부 역시 법적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방 정부 기관들이 관련 매뉴얼 개정과 신원 검증 절차를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민자 가정과 이들의 자녀, 고용주, 공공기관 전반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DACA 프로그램 수혜자들에 대해서도 추방 조치를 경고하며, 제한적 보호를 받고 있는 이민자들에게까지 압박을 가하고 있다. DHS 대변인 트리샤 맥러플린은 최근 NPR에 보낸 성명에서 “DACA 프로그램은 미국 내 합법적 신분을 부여하지 않으며, 자동으로 추방 보호를 받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DACA 수혜자라고 주장하는 불법 체류 외국인도 추방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으며, 범죄를 저지른 경우 체포 및 추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에 합법적으로 입국하기 위해 자진 출국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의료보험 혜택 제한 조치를 통해 DACA 수혜자들을 겨냥한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보건복지부(HHS)는 오는 6월부터 DACA 수혜자들이 연방 건강보험 마켓플레이스에서 보험 가입 자격을 상실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더해 교육부는 최근 DACA 수혜자들에게 연방 재정 지원을 제공한 혐의로 루이빌대, 네브래스카 오마하대, 마이애미대, 미시간대, 웨스턴미시간대 등 다섯 개 대학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다고 밝혔다. 교육부 산하 시민권국(OCR)은 해당 장학금 프로그램들이 시민권자나 합법 체류자에게 불이익을 줬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으며,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해당 대학의 연방 지원금 수령 자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DACA 프로그램 폐지를 강하게 추진했지만,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대통령이 DACA 수혜자 구제에 열린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초기 DACA 프로그램을 폐지하려는 노력은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최근 DACA 수혜자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는 움직임이 계속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 변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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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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