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미국 대선은 단순한 선거 그 이상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화려한 재등장은 미국 정가에 다시금 강력한 보수의 바람을 몰고 왔다. 연방 하원과 상원 모두에서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했고, 대법원 또한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으로 기울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에서 미처 실현하지 못한 공약들을 보다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되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정치적 복귀는 환호만큼이나 거센 비판도 동반했다. 전국 곳곳에서 시위가 이어지고, 그의 정책 기조에 대한 반발 역시 거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치 구조상 트럼프 정권의 정책을 실질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입법적 혹은 사법적 장치는 부족한 상황이다.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과 깜짝 선거 결과에도 불구하고 경제, 이민, 사회복지 등 다양한 정책 영역에서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 지지율은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2026년 중간선거에서는 공화당이 하원에서 의석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연방 의회의 다수당 지위를 지켜내야만 자신의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든 전략 카드 중 하나가 바로 선거구 재조정(mid-decade redistricting)이다. 일반적으로 선거구 재조정은 10년마다 인구 조사를 바탕으로 진행되지만, 트럼프와 공화당은 이를 중간에 다시 수정하자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보수층 유권자가 많은 텍사스에서 이 전략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텍사스 공화당은 주의회를 통해 공화당에 유리한 연방 하원 지역구 5곳을 새로 구성하는 방안을 강행하고 있다. 이는 라틴계 유권자 증가, 도시지역 청년 유입 등으로 흔들리는 기존 보수 지지층을 지키기 위한 전형적인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 전략이다. 불리한 지역은 분산시키고, 유리한 지역은 집중시켜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 간의 괴리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의 대표 주인 캘리포니아에서도 반격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텍사스가 선거구를 정치적 무기로 삼는다면, 캘리포니아도 이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즉,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들이 활동 중인 지역구의 경계 변경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물론 캘리포니아는 2010년 주민발의안을 통해 독립적인 선거구 재조정 위원회를 구성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정치 개입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주 의회 다수의 지지를 얻고 오는 11월 예정된 특별 선거에서 주민 동의를 확보한다면 선거구 재조정이 가능하다.
현재 캘리포니아에는 52개의 연방 하원 지역구가 있으며, 이 중 43석은 민주당, 9석은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다. 만약 재조정을 통해 민주당에 유리한 지역구를 추가로 확보한다면, 공화당의 9석 중 대부분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목받는 지역은 오렌지 카운티의 제40지구다. 이곳은 공화당 소속 한인 영 김 의원이 재선에 성공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최근 몇 년간 아시아계 유권자 증가와 청년층 유입으로 인해 민주당에 유리한 경합지역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지역의 선거구 경계를 소폭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향후 선거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간의 선거구 전쟁은 단순한 주 단위의 경쟁을 넘어 미국 정치의 권력 지형 전체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분수령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원칙과 공정성을 앞세워 선거구 재조정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만약 텍사스의 게리맨더링이 현실화된다면,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뉴욕 등 민주당 강세 주들도 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지역구 재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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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강 전 한인민주당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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