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러 정상회담 ‘빈손’… 우크라 운명은
▶ 트럼프·푸틴 알래스카서 3시간 담판 결국‘노딜’
▶ 돈바스 포기·우크라 안보 보증 등 협상 조건만
▶ 오늘 백악관서 젤렌스키·유럽 정상들 회동 주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5일 알래스카주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 활주로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년여 만에 마주 앉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직후 ‘즉각 휴전’이라는 기존 입장을 접고 우크라이나의 영토 포기를 전제로 한 안보 보증 카드를 꺼내 들자 “푸틴의 승리”라는 평가가 일제히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15일 알래스카주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3시간가량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휴전 합의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매우 생산적인 회담이었다”면서도 “전쟁을 끝내기 위한 거래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증이 필요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에 동의했다”고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다음 날인 16일 유럽 지도자들과의 전화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 포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조약 5조와 유사한 안보 보증 방안 등을 협상 조건으로 제시했다. 프랑스·독일 등 20여 개국이 주축이 된 ‘의지의 연합’은 17일 화상회의에서 관련 안건을 논의했으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8일 백악관을 찾는다.
‘노딜’로 끝난 알래스카 회담을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트럼프)로부터 동등한 대우를 받는 모습을 자국민에게 보여줬으며 제재 도입 가능성을 지연시킬 기회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국제문제위원회의 알렉세이 나우모프는 “러시아는 국제적 고립이 극복됐고, 제재도 도입되지 않았으며,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받지 않았고, 전장도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 세계의 눈은 18일 백악관으로 집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이 ‘노딜’로 끝난 뒤 이날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롯한 유럽 국가의 정상들과 회동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외교 참모들은 알래스카에서의 미러 정상회담이 결코 ‘빈손’이 아니었다고 17일 일제히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러시아와 중대한 진전”이 있다면서 “지켜봐 달라”라고 썼다. ‘중대한 진전’이 무엇인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없었다. 대신 당시 회담에 배석했던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는 이날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러시아로부터) 다음과 같은 양보를 얻어냈다. 즉, 미국이 (나토 조약) 제5조와 유사한 보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제5조’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중 한 국가가 공격받으면 다른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무력 사용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집단 방위 조항으로, 푸틴 대통령이 이에 동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위트코프 특사는 전했다. 동유럽으로의 나토 확장에 거부감을 보이면서 이를 우크라이나 전쟁 명분 중 하나로 내세웠던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나토식 집단 방위’에 대한 양보를 얻어냈다는 주장인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특히 아직 러시아군이 손에 넣지 못한 돈바스 내 전략적 요충지인 도네츠크에서의 우크라아니군의 철군을 요구했으며, 이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유럽 국가에 대한 추가 침공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우크라이나가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영토를 러시아에 넘기는 대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추구하는 ‘나토 가입’까지는 아니더라도 ‘나토와 유사한 방식’의 집단 안보 보장 체제는 용인하는 거래가 미러 정상 간 논의됐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권국의 영토에 관한 문제인 만큼 즉석에서 합의에 도달하지는 못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전 공언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거부한 ‘즉각적인 휴전’이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협정’을 위한 추가적인 협상이 필요하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으로 읽힌다.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NBC 인터뷰에서 “이 전쟁을 끝낼 최선의 방법은 완전한 평화 합의”라면서 “검증 가능하고, 강제력이 있으며, 지속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그런 합의를 하지 못하면 수주, 수개월 동안 휴전을 할 수 있겠지만 이후에 전쟁이 다시 시작되고 더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토와 안보 보장을 맞바꾸는 거래를 젤렌스키 대통령, 그리고 유럽의 지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18일 백악관 회담의 관건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할 준비가 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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