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년엔 폐암·위암·대장암·비뇨기암 발병 많아
▶ 기존 질병·신체기능 고려한 개인 맞춤 검진을
당뇨와 고혈압 관리를 위해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는 75세 남자 환자에게 건강검진받길 권한 적이 있다. 그러자 그는 “이 나이에 무슨 검진이에요? 운동도 열심히 하고, 술과 담배도 안 하는데 검진이 왜 필요한가요?”라며 되물었다. 그래도 국가건강검진을 설명하면서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한 달 후, 환자가 다시 진료실을 찾아와 말했다. “어제까지도 등산을 2시간씩 했는데 갑자기 암이라뇨. 믿을 수가 없어요.” 아무 이상 없이 건강하다고 자부하던 환자는 소화기 내시경 검사에서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면서 활기찬 노년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이라도 적어도 2년에 한 번은 국가건강검진에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항목을 추가해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수록 작은 충격이 쉽게 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데다, 젊은이들과 달리 병이 있어도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아 조기에 발견할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높아서다.
사람의 사망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면 암과 같은 악성질환, 심장병·중풍을 포함하는 심혈관계 대사성 질환, 치매를 포함한 인지기능장애로 볼 수 있다. 비만이 많은 미국은 사망 원인 1위가 심혈관계 대사성 질환인 반면, 미국보다 기대여명이 긴 한국은 1위가 암이다.
암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많이 발병하고, 연령·성별에 따라 발생하는 암의 종류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개인 특성에 맞춰 검진 우선순위를 달리 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소아·청년에서는 백혈병, 중년에서는 유방암과 갑상선암이 많지만, 노년에는 폐암과 위암, 대장암, 비뇨기암이 늘어나므로, 노년기 건강검진을 할 때는 이런 차이를 고려해 검사 항목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년기 건강검진은 최소의 위험으로 가장 효율적인 검사를 시행하는 게 좋다. 막연한 종합 검진이 아니라 나이와 기존 질병 상태, 신체 기능을 고려한 맞춤형 검진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정기적인 혈압 측정은 증상이 없는 고혈압을 발견할 수 있으며, 이는 뇌졸중과 심부전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복부대동맥류는 무증상이지만, 파열되면 치명적인 질환인 만큼, 특히 흡연력이 있는 고령 남성은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한 선별검사를 해보기를 권한다. 최근 65세 이상 남녀 모두에게서 늘고 있는 폐암은 흉부 엑스(X)선 촬영과 함께 저선량 CT도 찍는 것을 권하고 있다. 골다공증은 골절로 이어질 수 있는 무증상 질환으로, 65세 이상의 폐경 여성, 75세 이상 남성은 선별검사를 하는 것이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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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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