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尹 견제’ 헌법 책무 유기하고 계엄 방조…위증·사후 문건폐기 혐의도
▶ 2차 조사서 “계엄선포문 받았다” 진술 번복…내란방조 혐의 적용 전망

(서울=연합뉴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2일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8.22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22일(한국시간)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세 번째 소환해 13시간 넘게 조사했다. 그동안 확보한 증거물과 대면 조사 내용을 토대로 조만간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0시 57분께까지 약 13시간 30분 동안 한 전 총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비상계엄 선포 과정과 전후 지시사항 등을 조사했다. 지난 19일 16시간가량의 '마라톤 조사' 이후 사흘만이다.
한 전 총리는 귀갓길 '비상계엄 당일 계엄 선포문을 봤는데 왜 본 적이 없다고 했나', '진술을 뒤집은 이유는 뭔가', '계엄 적법성을 확보하려고 국무위원을 모았다는 특검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나' 등의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서울고검 청사를 떠났다.
한 전 총리는 '국정 2인자'로서 지난해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하고 방조·가담한 의혹을 받는다.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고, 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한다.
국방부 장관 또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계엄 선포 건의 또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하게 돼 있다. 국무회의 역시 국무총리가 부의장 역할을 한다.
계엄 선포 절차 전후 의사결정 및 행위에 모두 관여하는 자리인 만큼, 불법 계엄에 따른 내란 행위의 '핵심 공범'으로 봐야 한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특검팀은 국무총리라는 직책 자체가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헌법에 도입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대통령이 불법 비상계엄을 선택한 것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거쳐 임명된 국무총리가 이를 견제할 책임이 있다는 게 특검팀의 시각이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기도 하지만 견제하는 기관이기도 하다"며 "헌법을 수호하고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는 책무를 하는 데 중점을 두고 보좌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리기 위해 최초로 불렀던 6명의 국무위원 중 한명이다. 이후 비상계엄 선포를 심의한 국무회의와 이튿날 비상계엄 해제 국무회의에도 모두 참석했다.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이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계엄 선포문을 작성하고 폐기했다는 혐의의 공범으로도 지목됐다.
계엄 이후인 지난해 12월 5일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작성한 허위 계엄 선포 문건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나란히 서명한 뒤 '사후에 문서를 만든 게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폐기를 지시했다는 게 의혹의 뼈대다.
한 전 총리는 또한 계엄 당일 밤 11시12분께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통화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방해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안이 통과된 후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과 통화하고, 국무조정실을 통해 비상계엄 당시 정부 기관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 대한 출입 통제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와 국회 등에서 위증한 혐의도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월 국회에서 계엄 선포문에 대해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될 때까지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나중에)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알았다"고 증언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도 "언제 어떻게 그걸 받았는지는 정말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19일 조사에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선포문을 받았다"며 기존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증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박 특검보는 한 전 총리의 진술 번복에 대해 "(진술을 바꾼) 경위 등을 봤을 때 과연 시인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한 전 총리가 정장 주머니에서 계엄 선포문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꺼내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와 관련자 진술 등 증거가 다수 확보된 상황에서 뒤늦게 혐의를 인정한 것을 과연 범죄 시인으로 볼 수 있는지 따져보겠다는 의미다.
박 특검보는 "한 전 총리의 혐의와 관련해 가장 큰 테마는 내란 관여 여부"라며 "이 부분을 인정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부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지금까지 세 차례 조사 내용을 토대로 조만간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 전 총리에게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작위' 책임을 물어 '내란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계엄 주무 부처 장관이었던 이 전 장관에게는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해 모두 구속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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