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드루 여 브루킹스 한국석좌, 한미정상회담 평가·전망 인터뷰
▶ “李, 트럼프에 긍정적 인상 남겼을 것이나 회담 실질 내용은 빈약”
▶ “안보·무역이슈 재부상 가능…주한미군감축 문제도 아직 테이블 위에”
워싱턴 DC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화 의지를 확인한 상황에서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여 석좌는 전날 열린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평가하고 향후 양국관계를 전망하는 차원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트럼프와의 만남에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김 위원장이 '적절한 기회'를 모색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0월31일 개막·경주) 계기에 북미정상회담이 열릴지는 미지수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 석좌는 또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에 대해 "전반적으로 성공적"이었다면서도 실질적 논의와 가시적 성과 면에서는 빈약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여 석좌는 한미 간 주한미군 주둔 관련 문제와 관세 등 무역 이슈가 다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미국의 주한미군 기지 부지 소유권 확보'는 양국 관계에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은 여 석좌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해달라.
▲ 전반적으로 회담은 성공이었다고 본다. 이재명 대통령은 안도감을 느꼈을 것이다. 25일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느냐'며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을 올렸는데, 어떤 사고도 없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했기 때문에 안도감을 느꼈을 것이다.
회담이 잘 됐다고 생각한다. 두 정상은 '한반도 평화'와 같이, 의견이 일치된 영역에 초점을 맞췄다고 생각한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었고, 트럼프는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이나 정서를 갖고 회담장 떠났다고 나는 생각한다.
부족했던 점이 있다면 실질적 내용 면에서 상당히 낮았다고 생각한다.
이는 한미관계의 현주소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양 정상이 공개 석상에서 다루지 않았다.
--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을 비롯한 '동맹 현대화'에 대한 언급이 어제 거의 없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이번 회담이 한미동맹 강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나?
▲ 이번 회담이 한미동맹을 강화할지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이번 회담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유지하고 재확인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트럼프는 과거에 동맹, 특히 한미동맹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현상을 유지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국을 억제하는 방법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이나 미군 병력 감축에 대한 논의는 (언론에 공개된 회담에서) 거의 없었다.
-- 백악관 집무실에서 언론에 공개된 회담 시간 동안 민감한 현안을 거론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 미 국방부와 국무부는 이재명 정부 국가안보 및 외교팀과 세부적인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정상회담에 정통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기 때문에 확실하지는 않지만, 사실 그들이 그 문제에서 많은 진전을 이루지 못했거나, 의견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공개석상에서는 민감한 문제를 다루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또 우크라이나 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과의 회담 때 일어난 일(타국 정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고강도 면박 또는 압박) 때문에 이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트럼프에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는 조언을 받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의 비용 분담과 관련해 '한국이 충분히 기여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도록 만드는 언급은 피하라는 조언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회담 중 언론에 공개된 시간 동안에는 한국 측에서도 민감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찬 자리에서 비공개 토론이 있었고 한미각료들 간에 인도·태평양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기 위해 동맹 관계를 어떻게 조율할지에 대해 더 자세히 논의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동성명이나 공동의 설명자료는 없었다.
한미는 그 부분(민감한 현안)에서 많은 진전을 이루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보여줘야 했던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은 자신이 미국과 협력하길 원한다는 점과, 자신이 트럼프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 진보 지도자도 미국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이었을 것이다. 이 시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이 이 대통령 입장에서 발신하고 싶은 더 중요한 메시지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기지 부지에 대한 소유권을 원한다고 언급했는데, 한미관계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는가.
▲ 한미관계에 큰 요소가 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냥 갑자기 언급한 것 같다.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에 대해서도 그랬듯이 그는 정말로 무엇이든 얻고 싶어 하는 것 같고, 자신이 얻고 싶어하나 그 대가로 많은 것을 내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미군기지 부지에 대해 임대가 아니라 소유를 원한다고 한 것은 그가 한국이 동맹을 위해 더 많은 것을 제공하고 더 많은 일을 하기를 원한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지의 미국 소유가 법적으로 가능한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 이 문제가 그리 심각한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중 기자의 '주한미군 감축 검토' 질문에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고 한 것은 어떤 의미였다고 보는가?
▲ 내 추측이지만 정상회담 초반에 이 대통령이 한 칭찬이 트럼프 대통령의 흥을 돋웠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고 싶어 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행정부 각 부처 안에서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의견이 정리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회담 분위기를 보면 트럼프가 자세히 거론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여전히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 미국의 국방전략 검토 결과가 곧 나올텐데, 나오면 인도·태평양에서 미군 재배치에 대한 더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 한미 정상 모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를 강조했다. 10월말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계기에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 나는 김정은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분명히 보고 들었고, 트럼프가 그를 얼마나 만나고 싶어 하는지를 보고 들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북미대화에 대한) 김정은의 생각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김정은이 트럼프와의 만남에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가 '적절한' 기회를 찾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그에게 러시아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휴전 합의가 이뤄지는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관계 개선이 있는지 등을 지켜보고 있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김 위원장 입장에서 트럼프를 만나는 데 큰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다만 그는 (합의없이 끝난)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생각할 수도 있고 트럼프 이후의 북미관계까지 생각할수도 있다.
생각해야 할 것이 많고 APEC은 곧 다가온다. (APEC 계기 북미정상 회동) 가능성이 '제로'(0)는 아니지만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반응하기로 결단하기 전에 조금 더 기다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대북 제재와 비핵화 목표 등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변화가 있다고 보는가?
▲ 트럼프가 제재를 해제할 의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트럼프 자신은 대중국 첨단 반도체 관련 수출 통제를 기꺼이 완화하려 했다. 과거만큼 효과적이지 않은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트럼프에게 그렇게 큰 '대가 지불'로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암호화폐 절취와 러시아로부터의 자금 지원 등으로 더 많은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제재 해제에 이전만큼 간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가 제재 완화의 대가로 많은 비핵화 조치를 요구할 경우 그것은 북한에 매력적인 제안이 아닐 수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진지하다고 보나?
▲ 트럼프는 한미정상회담때 "더 많은 핵무기를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최종 목표로서 북한 비핵화를 여전히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김정은과의 회담 성사를 위해 그것을 경시할 수 있다.
-- 향후 한미관계에 어떤 중요한 의제가 부상할 것으로 보는가.
▲ 안보와 무역 측면에서 문제들이 다시 제기될 수 있다. 트럼프가 갑자기 어떤 일에 대해 화를 내거나 소셜미디어에 글을 쓸 수 있다. 따라서 주한미군 주둔, 동맹, 안보 부담 공유, 관세 등 이슈가 제기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본다. (한국과 관련한) 어떤 일에 화가 나서 다시 관세로 위협할 수도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이 '오해였다'고 말하긴 했지만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내 '숙청'과 '혁명'을 거론하고, 교회 압수수색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가 한국의 내정에 대해 계속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는가?
▲ 요즘 미국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 운동 진영의 보수주의자들과 접촉하는 젊고 보수적인 윤석열(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한국에 있다. 미국 내 마가 인사 중 한국 측과 소통하는 누군가가 트럼프에게 한국 국내 정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발언해 달라고 부탁했을 수 있다고 추측한다.
그런 부탁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글을 올렸을 수 있지만, 정상회담 석상에서는 그 모든 것을 무시 또는 경시했다. 트럼프는 '내가 한 모든 일을 칭찬하는 사람(이 대통령)을 비판해야 하나. 난 (한국 내 정치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주제이건 어떤 나라에 대해서건 그가 향후 무슨 말을 할지는 누구도 모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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