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특검 “한덕수, 박정희·전두환 비상계엄 경험…위헌·위법성 인지”
▶ 송미령에 “더 빨리 올 수 없나” 재촉…이상민과 16분간 지시사항 논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방조 및 위증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7일(한국시간) 구속영장이 기각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뒤 '해제 국무회의를 하자'는 건의를 받고도 "기다려보자"며 이를 묵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전 총리가 '사후 문건 작성'을 돕기 위해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비상계엄 선포문을 제공한 사실도 파악됐다.
1일(이하 한국시간) 연합뉴스가 확보한 한 전 총리의 공소장에 따르면 특검팀은 한 전 총리의 공직 경력을 거론하면서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가 1970년 공직에 입문한 이후 1972년 10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979년 10월 박 전 대통령 시해 이후 비상계엄 선포, 1980년 5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등을 경험하면서 지난해 12월 상황이 계엄 선포 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경우 국회 기능 정지 등 위헌적인 조치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이처럼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막지 않고 오히려 합법적인 외형을 만드는데 적극 관여하며 여기에 동조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이전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모인 자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를 열어야 하고, 지금 있는 국무위원만으로는 부족해 더 불러 정족수를 맞춰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 등을 통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 6명에게 대통령실로 신속히 오라고 지시했다.
이후 비상계엄 선포가 예정된 밤 10시가 임박한 시점까지 추가로 호출한 국무위원이 아무도 도착하지 않자 한 전 총리는 송 장관에게 직접 연락해 "오고 계시죠? 어디쯤이세요? 빨리 오세요?"라고 재촉했다.
송 장관이 밤 10시 10분께 도착할 것 같다고 답하자 한 전 총리는 "더 빨리 오시면 안 되나요? 빨리 오세요"라며 재차 재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전 총리는 이처럼 국무위원들을 기다리면서 대접견실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은 비상계엄 관련 문건들을 읽어보거나 주변인들과 돌려보고, 비상계엄과 관련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 및 조치 사항 등을 파악했다.
이후 국무위원 11명이 모여 정족수가 채워지자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계획을 '통보'했고, 수분 뒤 실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실질적인 국무회의 심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계엄 선포 이후 한 전 총리는 '의사 정족수를 채운 국무회의 심의'라는 외관을 만들기 위해 자리에 있던 국무위원들에게 "대통령실에서 같이 모여서 참석했다는 의미로 서명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 전 부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서명을 거부하면서 자리를 떠났고, 실제 서명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국무위원들 대부분이 대통령실을 떠난 후에도 한 전 총리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자리에 남아 비상계엄 관련 문건들을 읽으며 16분간 대화를 나눴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 ▲ 계엄사령부 포고령 ▲ 비상계엄 관련 지시사항 등 문건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지시사항 문건은 이후 폐기돼 실제 어떤 내용이 담긴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이 전 장관이 받은 언론사 단전·단수 등 지시 사항은 한 전 총리도 알고 있었으며, 그런데도 이에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이행하도록 이 전 장관과 긴밀히 협의했다고 봤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가 의결된 후 국무회의 심의 지연을 통한 내란 방조 행위도 범죄사실로 기재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간부회의를 하던 중 방송 생중계를 통해 12월 4일 오전 1시 2분께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된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방기선 당시 국무조정실장으로부터 "해제 국무회의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대통령하고 직접 통화를 해보시라. 지금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총리님밖에 없다"는 건의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한 전 총리는 "조금 한 번 기다려보자"고 하면서 비상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관련 조치들을 지연했고, 1시간가량이 지난 새벽 2시께 추가적인 건의를 받은 뒤에야 뒤늦게 국무회의를 소집했다.
계엄 이후에도 한 전 총리는 합법적인 형식을 만들려고 사후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공소장에 기재됐다.
강의구 전 부속실장은 지난해 12월 6일 한 전 총리에게 연락해 '비상계엄 관련 국무회의 자료가 없는데, 가지고 있는 것이 있느냐'고 문의했다.
이에 한 전 총리는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에게 받아 보관하고 있던 비상계엄 선포문을 강 전 실장에게 전달했다.
이후 강 전 실장은 비상계엄 선포라는 제목과 함께 대통령, 국무총리, 국방부 장관이 부서할 수 있는 서명란이 포함된 표지를 만들었고, 그 뒤에 한 전 총리로부터 받은 비상계엄 선포문을 붙이는 방식으로 허위 공문서를 작성했다.
강 전 실장은 이어 한 전 총리에게 이 문건에 부서해달라고 요청했고, 한 전 총리는 이를 받아들여 국무총리 부서란에 서명했다. 강 전 실장은 이후 김용현 전 장관, 윤 전 대통령의 서명을 차례로 받은 후 문건을 사무실에 보관했다.
이후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수사기관의 수사가 본격화하고, 김 전 장관이 긴급체포되자 한 전 총리는 강 전 실장에게 전화해 "사후에 문서를 만들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을 낳을 수 있으니, 내가 서명한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말하면서 문건의 폐기를 요청했다.
이에 강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사무실에 보관돼있던 문건을 세단기에 넣어 파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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