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라 박 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 교장
미국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자녀를 둔 부모님께 진심 어린 축하와 응원의 말씀을 드린다. 중학교를 지나 이제 본격적인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9학년은, 단순히 학년의 시작이 아니라 앞으로의 학업과 진로, 나아가 성인으로서의 삶을 준비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최근 대학과 사회는 더 이상 단순한 “좋은 학벌”만을 성공의 조건으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학문적 성취를 넘어서 자신만의 강점과 실질적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학생을 원한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든 지금, 지식 자체는 AI가 대신해 줄 수 있다. 그러나 비판적으로 읽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며, 이를 글과 말로 표현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만이 갖출 수 있는 힘이며, 앞으로 자녀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역량이 될 것이다.
■ 영어 독해력: 모든 학문의 기초
고등학교에서 자녀가 접하게 될 교재와 자료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분석과 해석을 요구하는 글들이다. 과학 교과서조차 단순한 실험 결과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논증과 해석을 포함한다. 따라서 매일 꾸준히 영어 읽기 습관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모님께서는 자녀가 매일 신문 기사 한 편이나 전문 잡지 글을 읽고 핵심 내용을 요약하도록 지도해 주어야 한다. 단순히 단어 뜻을 아는 것이 아니라, 글의 주제, 저자의 주장, 그리고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해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러한 훈련은 SAT와 같은 대학 입시 시험을 준비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대학 수업에서 요구하는 수십 페이지 분량의 영어 텍스트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 논리적 사고력: 생각을 체계화하는 힘오늘날 대학과 사회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것은 문제 해결 능력과 비판적 사고력이다. 인공지능이 수많은 자료를 분석할 수는 있지만, 그 결과를 해석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자녀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왜 이런 결론이 나왔는가?”, “다른 관점은 없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도록 격려해야 한다. 짧은 기사라도 읽고 나면 찬성·반대 입장을 나누어 토론하거나, 같은 주제를 두고 다른 자료와 비교해 보는 활동이 좋다. 또한 수학의 증명 문제나 과학적 실험 보고서를 단순히 암기하기보다, 그 과정과 논리를 설명하도록 하는 습관을 들이면 훌륭한 사고 훈련이 된다.
■ 글쓰기: 사고를 정리하는 최선의 방법고등학교와 대학 모두에서 글쓰기는 단순한 과제가 아니라 사고력의 거울이다. 한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글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녀는 생각을 구조화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며, 다른 이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
부모님께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원은, 자녀가 매주 한 번이라도 짧은 영어 에세이를 쓰고 그것을 함께 읽어보는 것이다. 완벽한 문법을 고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주장 → 근거 → 설명 → 결론의 흐름이 살아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이렇게 쌓인 글쓰기는 대학 입시 에세이뿐 아니라 평생 학문과 직장에서의 경쟁력이 된다.
■ 디지털 시대의 실용 역량오늘날 많은 학생들이 짧은 온라인 강좌나 자격증 과정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있다. Python 프로그래밍, 데이터 분석, 디지털 마케팅과 같은 과정은 하루 이틀 만에도 기본 자격증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작은 성취는 학생에게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동시에 미래 진로를 탐색하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부모님께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이러한 디지털 역량은 기본기 위에 세워져야만 빛난다는 사실이다. 영어 독해력과 논리적 사고력이 없다면, 온라인 자격증은 단순히 종이 한 장에 불과할 수 있다. 반대로 기본기가 튼튼한 학생은 이 자격증을 실제 학업·활동과 연결하여 더 큰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
■ 기본기와 성취의 균형사랑하는 부모님, 9학년은 자녀가 본격적으로 배움의 주체가 되는 시기이다. 부모의 역할은 모든 것을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올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작은 자격증 취득이나 동아리 활동도 중요하지만, 결국 자녀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깊이 읽는 힘,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 그리고 그것을 글과 말로 표현하는 힘이다. 이 세 가지 기본기는 어떠한 기술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뿌리가 되어 줄 것이다.
나는 교장으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부모님께서 자녀에게 “빠른 길”보다 “바른 길”을 안내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금부터 쌓아 올린 이 기본기들이 자녀의 고등학교 생활을 빛나게 하고, 대학과 그 이후의 삶에서 튼튼한 자산이 될 것을 확신한다.
(323)938-0300
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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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박 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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