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특사 방문 후 석방 수감자들 리투아니아로…美, 국영 항공사 제재 해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존 코일 미국 특사[로이터]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낸 대표단과 만난 뒤 외국인과 정치범을 포함한 52명의 수감자를 석방했다.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리투아니아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벨라루스에서 석방된 다양한 국적의 수감자 52명이 미국 대표단과 함께 리투아니아로 떠났다고 밝혔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도 이날 소셜미디어에 벨라루스가 미국의 중재로 52명의 수감자를 석방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이 석방 작전에 관여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우세다 대통령은 "이번 일은 미국과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외교적 성공"이라며 이번에 풀려나 리투아니아 국경을 안전히 건넌 이들이 벨라루스 야당 인사와 시위자, 언론인, 외국인들이라고 설명했다.
나우세다 대통령은 "52명은 아주 많은 수지만, 1천명 이상의 정치범이 여전히 벨라루스 감옥에 있다"며 "우리는 그들이 자유를 얻을 때까지 멈출 수 없다"고 적었다.
벨라루스 벨타 통신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국가 지도자들의 요청에 따라 선의의 표시와 인도주의적 원칙을 고려해 간첩, 극단주의 및 테러 행위 참여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외국인 14명을 사면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외국인은 리투아니아인 6명, 라트비아·폴란드·독일인 각 2명, 프랑스·영국인 각 1명이다.
벨라루스 대통령실 대변인은 러시아 타스 통신에 인도주의 원칙과 수감자들의 나이, 건강 상태, 가족과 상봉 문제를 고려한 사면이라며 "그들은 테러조직 지도자 및 참여자, 대규모 시위 참가자, 극단주의 언론사 대표 등으로 모두 벨라루스 영토를 떠났다"고 전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벨라루스 민스크 주재 EU 대표단 직원 중 한 명도 석방된 수감자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폴란드 외무부는 폴란드 언론사에 고용된 폴란드인 3명과 벨라루스인 8명이 석방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벨라루스 인권단체 뱌스나는 벨라루스에 약 1천200명의 정치범이 갇혀 있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루카셴코 대통령과 전화통화하며 1천300명의 수감자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감자들을 '인질들'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1월 대선을 통해 7연임에 성공한 루카셴코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 부정선거 의혹으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수만명을 구금한 바 있다.
이번 사면은 트럼프 대통령의 부특사로서 벨라루스를 찾은 변호사 존 코일이 루카셴코 대통령과 만난 뒤 이뤄졌다. 52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석방 규모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이 실시한 사면 규모로는 최다다.
이날 면담에서 코일 부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벨라루스의 관계 정상화를 진심으로 원하고 있으며, 2022년 2월 폐쇄된 벨라루스 민스크 주재 미국 대사관을 다시 운영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는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도 전달했다.
미국은 벨라루스 국영 항공사인 벨라비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며 루카셴코 대통령의 석방 결정에 화답했다. 벨라루스 국영방송을 통해 공개된 회담 영상에서 코일 부특사는 벨라비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다고 말했다.
주리투아니아 미 대사관은 이 조치로 벨라비아가 보잉 등의 항공기 부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망명한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뱌틀라나 치하노우스카야는 성명에서 이번 제재 해제로 러시아가 벨라비아를 통해 항공기 부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 석방된 사람들이 정치범 수감자의 4% 정도에 불과하다며 "루카셴코의 정치가 진정으로 변화한다는 신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석방된 수감자 중에는 베테랑 반정부 인사 미콜라 스탓케비치와 언론인 이하르 로시크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2022년 노벨 평화상 공동 수상자인 알레스 비알리아츠키, 2020년 시위를 이끈 마리야 칼레스니카바도 석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풀려난 52명 중 1명이 리투아니아 국경을 넘는 것을 거부했으며, 이 사람이 스탓케비치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스탓케비치 측 관계자는 "그는 벨라루스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국경에서 저지당했다. 이는 이 정권이 사람들에게 남을지 떠날지에 대한 선택지도 남겨주지 않을 정도로 잔인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