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어두운 유머 색채 갖춘 드라마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사람 노릇을 충실히 수행하다 자기 정체 잃어
자기 자신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오스트리아의 내년도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후보 출품작인 이 영화는 직업이 고객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의 노릇을 너무 충실히 하다가 진짜 자기 정체를 잃어버린 사람의 자신을 되찾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남자의 모습을 그린 약간 어두운 유머의 색채를 갖춘 진지한 드라마다.
감독 베른하르트 벵어(각본 겸)는 정직과 동정과 연민 그리고 인간성 보다 지위와 신분과 특권을 더 중요시하고 또 지닌 상류사회를 비판하고 풍자하면서 아울러 이런 상류사회의 피고용인이 됐다가 존재의 위기를 맞게 된 사람의 자기성찰과 자아 발견을 위한 노력을 때론 엉뚱한 코믹 요소를 섞어 절실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마티아스(알브레힛 슈흐)는 ‘마이 캠퍼니’회사의 공동 사장. 이 회사는 고객이 원하고 또 필요로 하는 사람의 노릇을 대행해주는 일을 하는데 30명의 직원 중에서도 마티아스가 그 노릇을 가장 잘한다. 그러니까 마티아스는 속임수가 직업인 것이다.
그는 첼로 독주회에 참석한 여자의 애인도 되고 어린 학생의 비행기 조종사 아빠도 되며 동성애자의 파트너 노릇도 하고 부부싸움 연습하는 중년 아내의 남편 노릇도 하며 60세 된 부유한 남자의 아들 역도 한다. 첼로 독주회에 동반한 여자가 마티아스에게 사례비를 주나 마티아스는 이를 거절하고 대신 웹사이트에 호평을 적어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그는 이 독주회에서 노르웨이에서 온 여자 이나(테레자 프로슈타트 에게스보)를 만난다.
신체 건강한 금발에 단정한 용모를 지닌 마티아스는 애인 소피아(율리나 프란츠 릭터)와 함께 넓은 공간을 지닌 모든 것이 깨끗하고 잘 정리된 현대식 주택에서 사는데 집안 장식품을 사는 것도 남의 좋은 인식을 생각하고 산다.
그런데 마티아스가 너무나 남이 되기를 잘하다 보니 점점 어느 것이 자신이고 어느 것이 남인지 알다가도 모를 지경에 도달하면서 자기 존재의 위기를 맞게 된다. 그리고 소피아가 “난 진짜의 당신을 더 이상 느낄 수가 없어. 당신은 실제의 당신이 아니야”라면서 마티아스를 떠난다.
이에 큰 충격을 받은 마티아스가 실의에 빠져 어쩔 줄을 몰라하면서 “난 이제 더 이상 이 노릇 못 하겠어”라며 울자 마티아스의 공동 사장인 다비드가 마티아스의 마음과 머리를 식힐 겸 명상과 요가를 하는 수양지에 보낸다. 여기서 마티아스는 이나와 재회, 클럽에서 춤추고 술을 마신 뒤 하룻밤 섹스를 즐기는데 이튿날 아침에 깨어나니 이나가 사라졌다. 그리고 마티아스는 다비드가 자기를 위로하려고 이나를 고용해 보낸 것이 아니가 하고 의문한다.
마지막은 마티아스가 부유한 60세 남자의 생일 파티에 아들 역을 맡아 참석하는 것으로 꾸며진다. 진짜 아들은 출장이 잔아 참석 못했다. 이 파티에서 마티아스는 충실한 아들 노릇을 하다가 고객인 60세 남자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반역(?)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 행위마저 파티 참석자들로부터 훌륭한 행위 예술로 취급 받아 박수갈채를 받는다. 그런 마티아스를 보면서 그를 동정하게 되고 가슴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물기가 빠진 바짝 마른 코미디이자 심각한 주제를 지닌 재미 있고 참신한 드라마로 시치미 뚝 뗀 표정을 한 슈흐의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고 확신에 찬 연기가 돋보인다. 영화를 보면서 보칼 그룹 플래터즈의 ‘그레잇 프리텐더’가 생각났다. 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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