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석, 한 방송사가 내보낸 가수 박진영의 데뷔 30년 기념 프로그램 제목은 ‘딴따라 JYP’였다. ‘비닐바지’ 등 늘 파격을 추구하는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은 스스로를 ‘딴따라’라 불렀고, 그 말은 어느새 그의 이름 앞에 붙는 훈장이 됐다. ‘딴따라’라는 말에는 우리 대중문화의 긴 여정이 오롯이 담겨 있다. 과거 시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돈을 받던 풍각쟁이, 무대 뒤에서 폄하되던 대중가수들이 이제는 세계 무대를 흔드는 ‘K문화 전도사’로 변모했다.
■딴따라는 언뜻 일본말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아니다. 관악기 소리를 흉내 낸 영어 의성어 ‘tantara’에서 비롯됐다. 한국전쟁 때 미군을 통해 국내에 퍼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라틴어 ‘taratantara’, 곧 고대 전쟁터의 나팔소리로 이어진다. 전쟁의 울부짖음이 세월을 거쳐 악기 소리가 되고, 한국에서 연예인을 낮추는 말로 굴절됐다. 그러나 박진영은 스스로를 ‘딴따라’라 부르며 도전을 즐겼고 기획자로서 K팝을 전 세계에 퍼뜨렸다.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가 1일 출범했다. 관심을 끈 것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공동위원장(장관급)에 선임된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창의성 총괄책임자(CCO) 겸 대표 프로듀서다. ‘딴따라’가 문화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된 셈이다. 그는 2PM, 원더걸스, 스트레이 키즈, 트와이스 등 수많은 글로벌 K팝 아이돌 그룹을 탄생시켰다. 트와이스는 빌보드 200 차트에 여러 차례 진입했고, 스트레이 키즈는 최근 연속으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새 정부는 한국을 5대 문화 강국으로 도약시켜 K컬처 시장을 300조 원까지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전쟁터의 나팔이 문명의 악기로, 다시 문화의 이름으로 변했듯, 한국이 치를 다음 전장은 세계 문화 시장이다. 그 길의 선봉에 K팝·K드라마가 있다. 딴따라는 이제 우리 문화가 세계를 향해 울리는 나팔소리가 됐다. 박 위원장이 그 소리를 얼마나 더 멀리, 더 크게 울릴지 지켜보자.
<한영일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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