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파 연정파트너 이탈 시 실각할 수도…전문가들 “종전 않고 연극만 할 수도” 우려

심각한 표정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인질 석방안을 일단 받아들이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 전했다.
하마스와 가자전쟁에 대해 강경 일변도의 입장을 고수해온 연정 파트너들이 이번 종전 논의에 불만을 품고 이탈할 경우 네타냐후가 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29일 '평화 구상'을 발표해 하마스에 72시간 이내 이스라엘인 인질을 석방하고 무장을 해제하며 가자지구 내에서의 영향력을 사실상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이 '평화 구상'은 하마스가 받아들이면 종전 절차를 진행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전멸시키겠다는, 일종의 최후통첩으로 평가됐다.
국제문제 전문가들도 이 안이 이전에 있었던 제안과 크게 다르지 않아 하마스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고, 결국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마스가 지난 3일 갑자기 인질을 석방할 준비가 됐다고 발표하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하마스는 발표에서 석방 시기도 명시하지 않고 무장 해제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 세부 내용은 협상 테이블로 밀어놓았다.
네타냐후를 지지해온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은 하마스의 발표에 대해 "본질적으로 하마스가 (제안을)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마이클 헤어초그 전 주미 이스라엘 대사도 "'예'로 위장한 '아니오'"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의 발표가 나온 지 불과 2시간 만에 "그들(하마스)이 지속적인 평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 중단을 이스라엘에 촉구했다.
이에 국제 사회도 앞다퉈 이와 같은 진전을 환영하는 메시지를 냈다.
곤란해진 것은 네타냐후 총리였다.
에란 에치온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네타냐후는 전 세계가 손뼉을 치는 앞에서 자신이 왜 반대하는지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논평했다.
그는 협상을 위해 군을 철수하라는 트럼프의 요구도 네타냐후의 뜻과는 다르다면서 "이번 협상은 네타냐후의 바람과 달리 휴전 상태에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폭격 중단 요구 이후에도 한동안 가자지구 폭격을 지속하다가 수 시간이 지나서야 "모든 인질을 석방할 준비가 됐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1단계 철수선에도 일단 동의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4일 연설에서 하마스의 협상 제안을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협상 시한이 단 며칠뿐임을 강조했다. 협상 결과가 좋지 않으면 무력 사용을 재개하겠다는 것을 시사한 셈이다.
네타냐후가 이처럼 애써 하마스의 답변을 평가절하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내 정치 상황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 네타냐후 내각은 우파 정당들과의 연립정부로 구성돼 있는데, 일부가 연정 이탈 움직임을 보여 존립이 위태로운 처지다.
야권이 발의한 의회 해산안이 부결돼 다소 시간을 얻기는 했지만, 강경 일변도의 연정 파트너들의 이탈이 가속하면 네타냐후는 실각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는 1주일 전만 해도 연정 파트너들에게 트럼프의 '평화 구상'을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몰아낼 수 있다고 통보했는데, 지금은 하마스가 사라질 가능성도 무장을 해제할 가능성도 불분명해졌다.
미국의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이스라엘 전문가 시라 에프런은 네타냐후가 트럼프의 종전 구상을 받아들인 것을 업적으로 홍보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의 연정 파트너들은 그와 다른,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원했다"고 논평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을 끝마치기까지는 아직 잠재적 장애물이 많다고 평가한다.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에얄 훌라타 민주주의수호재단 연구원은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하마스와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려고 필요한 일(종전)을 할 생각도 없으면서 연극만 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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