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이어 유럽까지 ‘관세 장벽’
▶ 중·일은 저가 공세로 치킨게임
▶ 국내선 경기침체·노조갈등 겹쳐
▶ “이대로가면 현상유지도 어려워”
한국 철강 산업이 벼랑 끝 위기에 몰리고 있다. 중국·일본의 밀어내기식 저가 공세가 지속되는 와중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수입 장벽을 더 높이 쌓으며 한국은 수출시장에서 코너로 몰리고 있다. 외풍이 거센데 건설 경기 침체와 노사 갈등까지 겹치며 국내 양대 철강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현상 유지조차 어려운 현실에 직면했다.
EU 집행위원회가 7일(현지 시간) 유럽 철강 업계 보호 대책을 담은 규정안을 발표하자 국내 철강 업계는 9일 또 한 차례 쇼크를 우려하고 있다. EU는 수입 철강 제품에 적용하는 글로벌 무관세 쿼터를 지난해 설정한 연간 3053만 톤에서 1830만 톤으로 47% 축소하고 쿼터 외 수입 물량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25%에서 50%로 인상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규제안은 EU의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가 만료되는 내년 6월께 회원국 투표를 거쳐 확정된다.
국내 철강 업체들은 초비상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2위 수출 시장인 미국(294만 톤, 43억 5000만 달러)이 6월부터 한국을 포함한 수입 철강 제품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올린 데 이어 유럽까지 보호무역 장벽을 높인 탓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8월 누적 기준 대미 철강 수출액은 8억 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0.9% 감소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EU에 393만 톤의 철강을 수출했으며 금액으로도 44억 8000만 달러에 달한다. 미국을 앞서는 최대 수출시장인 셈이다. EU 집행위원회가 예고대로 향후 무관세 총량을 줄이고 관세율을 대폭 높이면 철강 수출액은 더욱 감소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은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의 저가 공세로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일본 철강 업체들도 엔화 약세를 등에 업고 중국식 밀어내기 수출에 가세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철강 수요의 핵심 축인 건설 경기가 장기간 침체 늪에 빠지면서 철근 등 건설용 철강 제품의 수요도 급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전국 주택 착공 물량은 14만 851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1%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노사 갈등마저 벌어지며 생산 차질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최근 임단협 과정에서 파업권을 확보, 회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공장 가동률 하락과 고정비 증가 등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은 올 2분기 101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2개 분기 연속 적자의 늪에서 겨우 벗어났다.
철강은 조선·자동차·기계 등 주력 제조업의 기반 산업 성격이 강해 정부가 특단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우리나라가 유럽 내 고급 철강 공급망의 핵심 기여국이자 저탄소 철강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임을 적극 알려 EU발 관세 충격을 줄여야 한다”며 “기업도 납기·서비스 체계 강화, 현지 가공 및 합작법인 설립 등 현지화 전략으로 시장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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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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