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돈보다 골프를 사랑한다.” 메이저 대회를 16차례나 석권한 골프계 전설 잭 니클라우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골프 사랑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를 통틀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비즈니스맨이다. 그가 경제적 이익보다 더 집착하는 게 골프라는 얘기다. 관세장벽으로 전 세계를 옥죄는 트럼프를 무장해제 시킬 가장 빛나는 기회. 니클라우스 말대로라면, 그가 나흘에 한 번꼴로 시간을 보내는 골프장에서 찾아야 마땅하다.
■ 트럼프 집권 1기 때 골프 외교 과실을 가장 실속 있게 수확한 인물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다. 코로나 확산 당시 주춤한 걸 감안하고도 트럼프는 평균적으로 매년 80일 이상 골프장을 찾고 있었다. 2020년 대선 패배 소식도 골프장에서 들었을 정도다. 아베는 이런 그와 생전 5차례 골프를 치면서 대일 무역압박 수준을 대폭 낮출 수 있었다. 트럼프와 4끼 연속 식사 그리고 ‘신조’라 불리는 특별한 관계는 덤이었다.
■ 올해 들어 트럼프 골프 사랑 덕을 가장 많이 본 인물로 우선 최근 백악관 인사국장 자리에 앉은 댄 스커비노를 꼽을 만하다. 트럼프는 골프장 캐디로 만난 인연의 그를 두고 “어떤 이슈라도 댄과 먼저 상의한다”고 말해 왔다. 골프 국가대표 출신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도 있다. 3월 트럼프와 골프 절친이 된 그는 미러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영토 이슈를 제외시킨 공이 크다. 쇄빙선 기술 대미수출 물꼬를 튼 것도 골프 덕임은 물론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오는 주말 트럼프 대통령과 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골프 회동을 갖는다는 소식이다. 3,500억 달러 선불 투자 카드로 연일 우리를 압박하는 트럼프를 재계 대표 4명이 18홀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할 기회다. 안니카 소렌스탐은 “골프를 하다보면 불가능할 거란 일이 가능해지는 때가 온다”고 했다. 민간 외교관으로 나서는 이들의 마지막 홀아웃이 한미 관세 협상의 난맥을 뚫길 기대한다.
<양홍주 /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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