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의 시작은 훌륭했다. 이스라엘의 첫 왕으로 선택된 영예와 책임에도 불구하고 사울은 자만하지 않았다. 사울은 어떤 적과 싸우든지 용감했고 겸손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갈수록 사울은 속사포 같은 성격과 우월감에 사로잡힌 사람으로 변질되었다.

사울은 하나님께 불순종을 저질렀고 오랫동안 다윗을 증오하는 삶을 살다가 비참한 생을 맞이했다. 다윗도 왕의 신분이었지만 첫 출발은 화려하지 않았다. 그가 맡은 첫 일은 궁전에서 나쁜 왕을 섬기는 일이었다.

다윗은 초기 20년 동안은 왕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고난과 수모를 견디며 묵묵히 살았다. 다윗은 섬김과 통치의 두 요소가 배합된 삶을 견실하게 살았다. 다윗은 신실한 종인 동시에 탁월한 왕이었다.“ (유진 피터슨의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 중에서)

‘타입 A 성격(Type A behavior pattern)’이란 개념어는 정신의학, 심리학에서 흔히 쓰는 용어다. ‘타입 A’의 사람은 지나친 경쟁심리, 성취지향성, 조급증이 특징이다. ‘타입 A’의 사람은 두세 가지 일을 동시에 벌려놓고 속사포처럼 처리하는 것을 선호한다.

승부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앞서가면 조급해서 견디지 못한다. ‘타입 A’의 사람은 남성다운 추진력이 장점이지만 자기밖에 모르는 흠을 가졌다.

‘타입 A’의 사람은 완벽성과 경쟁심리 때문에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 자기성취가 부족할 땐 이유 없이 화를 잘 터트린다. 느긋하게 천천히 일하는 사람을 보면 견디지 못한다. 심리적 불안감과 정체성의 혼돈은 이때 발생한다. ‘타입 A’의 사람의 내면에는 완벽주의가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같은 시대 같은 환경 가운데 살았지만 다윗과 사울의 인격과 성품은 사뭇 다르다 ‘타입 A’의 성격을 가졌던 사울은 참고 기다리는 것을 모르는, 폭포수같이 조급하고 직선적인 삶을 살았다. 다윗은 느림의 미학을 실천했던 사람이다.

베들레헴에서 사무엘에게 왕의 기름부음을 받고도 서둘러 왕위에 오르지 않았다. 군주였던 사울의 삶은 내면보다 겉으로 화려했고 자신의 의지 표현이나 권력의 표출이 들쑥날쑥 요란했다. 한편 다윗의 성품은 조용하고 평온하다.

외면보다 내면을 더 들여다보는 사람이었다. 웬지모르게 사울에게선 덜 익은 과일의 풋 냄새가 나고, 다윗에게서는 잘 익은 포도 열매같이 성실함과 완숙미가 흐른다.

당신은 리더인가. 깊이 갈고 닦은 영성, 지성, 인격을 은밀하게 내면에 감춰라. 사울왕과 같은 허세와 자기 자랑을 피하라. 겉의 화려함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으로 인정받으라. 특히 자신을 남에게 드러내 보이려는 ‘계산된 선’이나 ‘계산된 포플리즘’을 경계하라. 바리새인처럼 자신의 선행이나 공로가 자기 자랑이나 선전이 되지 않도록 경계하라.

유대인의 속담에 “은은 무거워야 한다. 그러나 무겁게 보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유대인 부모들이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교육할 때 “항아리의 겉은 보지 말고 속을 보라.”고 충고한다. 구약성경 잠언은 말씀한다. “슬기로운 자는 지식을 감추어 두어도 미련한 자의 마음은 미련한 것을 전파하느니라.”

인생은 마라톤 경주다. 스피드로 사는 것이 아니다. 기다림과 인내로 사는 것이다. 이즈학 펄만(Itzhak Perlman)은 말했다. “최선을 다한 후의 침묵은 경외와 감동을 일으킨다.” 당신이 리더라면 ‘타입 A’를 벗어나라.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