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스트우드에 설치 중 ‘밴덜리즘’ 혐의 체포
▶ 시민단체·시정부 충돌 “타운 4가도 위험지역”

LA 한인타운 내 사고다발 지점이던 4가와 뉴햄프셔에 횡단보도와 원형 교차로가 설치된 모습. [박상혁 기자]
LA시에서 보행자 안전을 위한 비공식 횡단보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시민단체가 시정부의 정책적 실패와 당국의 늑장 조치를 비판하며 보행자 안전 개선을 위해 자체적으로 비공식 횡단보도를 그리다가 시정부와 충돌한 것이다. 이같은 문제는 한인타운도 예외는 아니어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4가 선상 등이 위험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10일 LA타임스는 이같은 비공식 횡단보도와 관련해 ‘밴달리즘인가 안전을 위한 조치인가’라는 논쟁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피플스 비전 제로(People’s Vision Zero)’라는 이름의 단체를 주도하는 조나단 헤일은 12명 이상의 지원자와 함께 지난 7일 웨스트우드 지역에 있는 한 교차로에 게릴라성 비공식 횡단보도를 그리다가 LA 경찰국(LAPD)에 체포됐다.
횡단보도를 절반 정도 그린 상황에 경찰차 두 대가 도착했고 경찰들은 작업을 중단하라고 말했는데 당시 상황을 담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는 수갑을 채우는 장면이 있다. 경찰은 “허가 없이 시 재산을 훼손하고 있다. 촬영은 괜찮지만 뒤로 물러나지 않으면 체포할 수 있다”라며 헤일에게 수갑을 채웠다.
헤일은 밴덜리즘 경범죄 혐의로 내달 5일 법원 출석을 요구하는 통지서를 받고 풀려났다. 경찰이 도로에 차량 통행을 다시 허용하자 일부 마르지 않은 페인트가 차량 타이어에 의해 번졌다. 헤일은 “20분만 더 기다렸으면 페인트가 말랐을 것”이라며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 단체의 이름인 ‘피플스 비전 제로’는 과거 에릭 가세티 시장 재임 시절 LA시가 발표한 ‘비전 제로’ 정책을 비튼 것이다. 2025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을 없애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헤일은 LA 시내에 고위험 교차로들이 방치되고 있어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해 직접 작업하고 있다는 입장이며, 지난 7일에 하던 작업은 이들이 그린 3번째 비공식 횡단보도였다. 헤일은 작업 전에 최근 수개월간 시당국에 수차례 조치를 촉구했으며, 지난 7일 비공식 횡단보도를 그리기 약 일주일 전에도 시장실에 연락했고, 주변에 전단을 붙이고 이웃과 대화를 나누며 사전 안내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인타운도 위험지역이라며, LA시 교통국(LADOT)에 한인타운 4가 선상 버몬트부터 웨스턴 에비뉴까지 구간 중 다수 지점에 횡단보도를 그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인타운의 이 구간은 과거 교통사고 사망자가 많았지만 시정부가 나서지 않아 헤일이 직접 횡단보도를 그리기도 한 곳이다.
올해 들어 한인타운은 중대 교통사고가 더 증가한 상황이다. LAPD 자료에 따르면 올림픽 경찰서 관할지역에서 올해 11월29일까지 사망자가 나온 교통사고는 13건, 심각한 부상자가 나온 교통사고는 7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대비 각각 3건(30%), 12건(18%) 더 많아진 수치였고, 재작년과 비교하면 각각 5건(63%), 28건(56%) 더 늘어난 수치다.
한편 이번 헤일 체포 사건과 관련해 LA 시장실은 성명을 내고, 시정부는 그와 협력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다만, 법적 기준과 접근성 기준도 중요하다며 이를 충족하면서 횡단보도 설치를 신속히 도울 방안을 찾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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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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