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뒀다가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옮겨라.” 안중근 의사가 1910년 3월 26일 중국 뤼순 감옥에서 순국하기 직전 남긴 유언이다. 올해로 광복 80주년, 안 의사가 순국한 지 115년이 지났지만 유언은 실현되지 못했다. ‘안중근 의사 유해 봉환 사업’은 2005년 광복 60주년 기념사업으로 제15차 남북 장관급회담 합의가 이뤄지고 같은 해 북한 개성에서 실무 접촉이 진행되며 최초의 남북 보훈 협력 사업으로 첫걸음을 뗐다.
■2006년 남북 공동조사단은 관계자 증언 등을 토대로 뤼순 감옥 인근 매장 추정지를 조사하고 위안바오산을 가장 유력한 장소로 꼽았다. 이를 토대로 2008년 한중 공동발굴단이 지표투과레이더(GPR)까지 동원해 29일간 정밀 발굴했으나 유해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 이미 많은 시간이 흘러 지형이 깎이거나 매립된 탓이다. 이후 유해 발굴 작업은 정체 국면으로 접어들었으나 최근 연구 결과 뤼순 감옥 동쪽에 위치한 공동묘지터 ‘둥산포(東山坡)’가 유력 후보지로 지목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해당 지역은 발굴이 엄격하게 금지된 문화재보호구역인 데다 안 의사의 고향이 북한 황해도라는 점을 들어 남북이 공동 요청할 때만 허가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국가보훈부 업무보고에서 안 의사를 포함해 중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독립 유공자 유해 봉환 문제를 한중 정상회담 사전 의제로 논의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의 협조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유해 발굴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다. 안 의사의 사형을 집행하고 유해를 처리한 일본의 협조도 필요하다. 일본은 당시 모든 행정절차를 기록으로 남긴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식적으로는 “관련 자료가 없다”는 입장이다. 안 의사의 유해를 국내로 봉환하는 일은 독립에 헌신한 영웅을 예우하는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안 의사 유해 봉환이 한중일 3국이 과거를 넘어 미래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김정곤 / 서울경제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