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하는 식단 논쟁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
요즘은 1~2년이 멀다 하고 새로운 식단법이 등장해 기존의 건강 상식을 뒤집는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가도 어느새 시들해지는 현상의 반복이다. 오래전부터 ‘건강식의 정석’으로 여겨졌던 비건(Vegan)이나 지중해식 식단처럼 채소와 저지방을 강조하던 흐름은, 어느 순간 키토제닉(Ketogenic)이나 카니보어(Carnivore)처럼 육식과 고지방을 기반으로 한 식단에 그 자리를 내어주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기존 식단을 옹호하는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식단 전쟁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끝나지 않는 ‘창과 방패’의 과학
이 소리 없는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는 이유는 양쪽 진영 모두 나름의 탄탄한 과학적 토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풍부한 식이섬유가 장내 미생물 환경(Microbiome)을 개선하고 염증을 줄이며, 장 청소와 해독 작용을 통해 대장암 등 특정 질병의 위험을 낮춘다고 역설한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과도한 식이섬유가 오히려 장 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그들은 지방 위주의 식사가 에너지 대사 효율을 극대화하며, 저탄수화물 상태가 유도하는 ‘자가포식(Autophagy)’ 작용이 세포 내 노폐물을 청소해 진정한 해독을 돕는다고 주장한다.
한의학에서 바라본 식단: 에어컨인가, 히터인가?
이러한 현대 영양학의 혼란을 한의학의 관점, 즉 균형과 상대성을 중시하는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시각으로 보면 문제의 본질이 선명해진다. 지금의 상황은 마치 서로 다른 기후에 사는 사람들이 “에어컨과 히터 중 무엇이 인간의 삶에 더 필수적인가”를 두고 격렬하게 토론하는 것과 같다.
추운 동토(凍土)에 사는 사람에게 히터는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자 건강을 지키는 도구다. 반면, 열대 기후에 사는 사람에게는 에어컨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만약 더운 곳에 사는 사람이 히터의 기능적 장점만 듣고 집 안에 히터를 틀어놓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건강을 해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반대로 추운 곳에 살면서 에어컨을 쓴다면 냉방병은 물론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음식은 몸의 기후를 조절하는 도구다
한의학적으로 음식은 단순한 칼로리가 아니라 고유의 성질(氣味)을 가진 약이다. 일반적으로 고기는 몸을 덥게 하고 기혈(氣血)을 채워주는 ‘보(補)하는 효과’가 강하다. 반대로 채소는 몸의 열을 식히고 뭉친 것을 풀어내며 노폐물을 배출하는 ‘사(瀉)하는 효과’가 강하다.
따라서 개인의 나이, 성별, 체질, 그리고 몸의 차고 더운 상태(寒熱)에 따라 어떤 이는 육식 위주의 식단에서 활력을 얻고, 어떤 이는 채식 위주의 식단에서 치유를 경험한다. 더 중요한 것은 ‘변화’다. 계절이 바뀌면 히터를 끄고 에어컨을 켜야 하듯, 사람의 몸 상태도 끊임없이 변한다. 젊은 시절 육식이 잘 맞았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 소화력이 떨어지면 채식이 더 편안해질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무엇이 좋은가’를 묻지 말고 ‘지금 나에게 맞는가’를 물어라
결국 “어떤 음식이 인간에게 좋은가?”라는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다. 우리는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지금의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음식은 무엇인가?”
유행하는 식단 트렌드에 내 몸을 억지로 맞추려 하지 말자. 에어컨이 좋은지 히터가 좋은지 논쟁할 시간에, 지금 내 방의 온도가 몇 도인지 확인하는 것이 현명하다. 건강의 해답은 외부의 유행이 아니라, 당신 내부의 기후를 살피는 데 있다.
문의 (703)942-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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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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