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은 도시의 자기서사
광장은 도시가 스스로를 말하는 장소이다. 한국 사람에게 과거의 기억과 현재가 교차하는 한국 현대사의 공적 시간이 만나는 장소가 있다면 그곳은 ‘광화문 광장’이다. 미국에 살고있는 교민이나 한국을 찾는 외국인 방문객도 대부분 ‘광화문 광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걸어본 경험을 갖고있다.
그러나 오늘의 ‘광화문 광장’은 잘 설계되고, 질서정연하며, 안전해 보이지만 스스로를 표현하는 서사를 잘 준비하고 있을까?
■통과의 축에서 아고라로
‘광화문 광장’은 역사적으로 ‘머무는 장소’라기보다 ‘통과의 축’이었다. 조선의 도성 구조 속에서 이곳은 왕권과 우주 질서를 가시화하는 의례의 공간이었고, 근대 이후에는 식민 권력과 국가 권위가 재배치한 직선의 무대였다. 시민의 일상은 언제나 이 공간 바깥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2016-2017년 시민들은 전세계에 촛불집회라는 놀라운 광경을 보여주었다. 허가 없이 모인 100만이 넘는 시민의 집회는 ‘광화문 광장’을 일시적으로 아테네의 ‘아고라’로 전환시켰고, 그 순간 공공성은 설계가 아니라 실천을 통해 생성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기억의 정치와 ‘감사의 정원’
그러나 그 경험은 제도화되지 못했다. 이후 ‘광화문 광장’은 다시 정비되었고, 기억은 시간이 흐르며 옅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대규모 기념 프로젝트 ‘감사의 정원’ 건설 논란은 공적 기억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의 문제는 언제나 무엇을 배제할 것인가의 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 기억이 조형물로 응결될수록, 광장은 발언의 장이 아니라 관람의 장으로 전환된다.
■멈포드의 심장과 ‘박제’의 위험
도시역사학자 ‘루이스 멈포드’는 살아 있는 도시를 “삶이 먼저 말을 거는 도시”로 정의했다. 그에게 광장은 장식이 아니라 순환의 기관, 즉 도시의 심장이었다. 심장이 박제되는 순간 도시는 생명력을 잃게된다. 오늘의 ‘광화문 광장’이 직면한 위험은 바로 이 박제의 순간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완성은 안정처럼 보이지만, 종종 정치적 갈등과 예측 불가능성을 제거함으로써 공공성을 약화시킨다.
■그랜드팍과과팍 ‘이벤트형 공공성’
이러한 현상은 ‘광화문 광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LA의 ‘그랜드팍’처럼, 관리된 공공공간도 이벤트가 있을 때만 활성화되고, 그 외의 시간에는 공간을 즐기는 시민이 없는 장식적 공간으로 남아있다. 시민은 상시적 주체가 아니라 필요할 때만 호출되는 존재가 되고, 질서와 미관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배제는 현대판 ‘공공 공간의 종말’일 뿐이다.
■메가 이벤트 보안과 예외상태
‘광화문 광장’과 ‘그랜드팍’을 둘러싼 관리의 강화는 단지 일상적 도시 운영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메가 이벤트가 도시로 가져오는 보안의 정치와 깊이 맞물려 있다. LA가 2026년 월드컵과 2028년 올림픽을 세계 무대에 올리는 축제를 준비 중지만, 그 준비 과정에서 공공 공간은 종종 ‘예외 상태’로 분류된다. 보안 동선, 출입 통제, 집회 제한, 감시 인프라는 ‘일시적 필요’라는 명분 아래 도입되지만, 행사가 끝난 뒤에도 흔적과 관행으로 남아 일상을 규율할 수 있다.
■미완을 허용하는 광장
‘광화문 광장’의 미래는 상징성이 강한 역사 기념물의 설계에 있지 않고, 오히려 미완의 상태를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용기에 달려있다. 영구적 기념물보다 가변적 사용을, 허가된 행사보다 일상적 체류를 허용할 때, ‘광화문 광장’은 다시 스스로를 표현하는 공간이 된다. 민주주의는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재연되는 공간적 실천이기 때문이다.
■결론: 완성의 침묵을 넘어
광장은 완성될수록 침묵한다. 그리고 도시는 언제나 그 완성에 균열이 생길 때 다시 살아 움직였다. ‘광화문 광장’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는, 그 균열이 아직 완전히 봉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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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성 LA 포럼 회장·도시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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