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말라가 스트릿’(Calle Malaga) ★★★★ (5개 만점)
▶ 평생 살아온 보금자리를 잃게 되어 상실 속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린 노인 찬가이자 노인의 로맨스 드라마
▶ 집이라는 거주 공간에 대한 ‘헌사’
영화는 모로코 탄지에의 밀집된 상가와 복작대는 인파로 붐비는 말라가 스트릿에 있는 아파트에 사는 79세난 미망인 마리아(카르멘 마우라)가 장을 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마리아는 이 아파트에 지난 40 년간을 살아 상점 주인들과 서로 퍼스트 네임으로 부르는 사이다.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고 있는 마리아에게 마드리드에 살고 있는 딸 클라라(마르타 에투라)가 느닷없이 찾아와 자기 명의로 된 아파트를 팔아야겠다고 통보한다.
영화는 거의 평생을 살아온 보금자리를 잃게 된 마리아가 이 같은 상실에 직면해 그 것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따스한 마음으로 그리고 있다. 비록 나이는 먹었지만 생명력으로 가득한 카르멘을 통해 노래한 노인 찬가이자 노인의 로맨스 드라마요 집이라는 거주 공간에 대한 헌사이며 아울러 모로코 여류 감독 마리암 투자니(공동 극본)의 고향인 탄지에에게 바치는 송가이다. 부드럽고 자비로우며 유머와 애잔한 감정이 잘 조화를 이룬 모든 사람들이 보고 즐길만한 가슴 훈훈한 영화다.
클라라가 마드리드의 아파트를 사기 위해 돈이 필요해 집을 팔아야 하겠다며 마리아에게 통보하자 마리아는 처음에 이 아파트는 내가 죽을 집이라며 못 판다고 버티나 결국 딸이 울고 불며 사정하자 양로원에 들어가기로 한다. 그 전에 오래된 샹들리에와 침대와 마리아가 특히 애지중지하는 레코드 플레이어 등을 동네 골동품상 압술람(아메드 불레인)에게 팔면서 마리아는 압술람을 적대시한다. 그리고 마리아는 자신의 얘기를 침묵 서약을 한 동네 수녀원 수녀 호세파(마리아 알폰소 로소)에게 일일이 고백한다.
양로원에 들어간 마리아는 따분한 양로원 생활을 못 견뎌 호세파의 도움을 받아 양로원을 퇴원하다. 아직 안 팔린 아파트에 와보니 달랑 침대 매트리스 하나만 있고 텅텅 빈 상태. 그러나 전기 대신 촛불을 켜고 살아도 마리아는 족하다. 그리고 마리아는 가지고 있는 돈으로 압술람을 찾아가 샹들리에 등 판 물건들을 하나하나 되찾는다. 마리아가 처음에 가재도구를 팔 때만 해도 서로 적대시하던 마리아와 압술람은 마리아가 판 물건들을 다시 사는 과정을 통해 서로 간에 서서히 감정이 연결된다. 그리고 압술람은 다른 동네 골동품상이 사간 레코드 플레이어를 되찾기 위해 마리아를 차에 태우고 달리면서 둘의 감정은 무르익는다. 두 노인의 섹스 장면이 자못 노골적이다. 마리아가 호세파를 찾아가 압술람과의 섹스에 대해 노골적으로 애기하자 호세파가 성호를 그으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우습다.
마리아는 영리하기 짝이 없는 여자여서 돈이 떨어지자 기발 난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월드컵 출전을 겨루는 축구 경기가 한창인 때라 동네 사람들을 TV가 있는 자기 리빙 룸에 초대해 맥주와 안주를 팔아 돈을 버는데 리빙 룸이 초만원을 이룬다. 왜냐하면 동네 카페에서는 술을 못 팔기 때문이다. 그러나 클라라가 다시 찾아와 마침내 아파트가 팔렸다고 어머니에게 알린다. 끝이 미완성인 채로 막을 내린다.
달콤쌉싸름한 맛이 나는 영화로 스페인의 베테란 스타 카르멘 마우라의 연기가 눈부시다. 스페인 명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에 여러 차례 등장한 마우라의 내면으로 광채를 발하는 자연스럽고 미묘하고 완숙된 연기가 돋보인다. 만감이 교차하는 섬세한 감정 묘사가 박수갈채를 받을 만하다. Monica(1332 2nd St, Santa Monica)와 Town Center(17200 Ventura Blvd. Encino)서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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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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