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인 4명 중 1명, 최근 1년 내 혐오 경험
▶ 감소세 속 여전히 팬데믹 이전보다는 높아
▶반이민 정서 확산 속 “추방 위협” 발언 증가
미국 내 아시아태평양계(AAPI)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노골적인 혐오 범죄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인종차별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API 데이터와 AP-NORC 공공문제연구센터가 공동으로 실시해 발표한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4명 중 1명은 지난 1년간 언어폭력이나 신체 공격 등 인종적 혐오 행위를 직접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조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2023년 10월 조사 당시 36%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감소한 수치다.
연방수사국(FBI)의 예비 통계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이 잦아들면서 반아시아계 혐오 범죄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감소 이후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AAPI 성인의 약 30%는 향후 5년 내 인종이나 민족적 배경 때문에 차별을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거나 높다”고 응답해, 체감 불안 수준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언어적 공격 경험은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 1년간 인종적 비하 발언을 들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약 10%로, 2023년 약 20%에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또 인종을 이유로 괴롭힘이나 모욕을 당했다고 답한 비율도 23%에서 15%로 줄었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혐오의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 코로나19와 관련된 혐오 표현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반이민 정서와 결합된 형태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계 혐오 대응 단체 관계자는 “여전히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식의 발언이 존재하지만, 최근에는 ‘ICE가 너를 추방할 것’이라는 식의 위협이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며 “강경한 이민 단속을 정당화하는 정치적 수사가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사례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확인된다. 인도 출신으로 26년간 미국에 거주한 한 시민은 LA의 식당에서 줄을 서 있다가 백인 남성에게 밀려난 뒤 “너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유타주에 거주하는 파키스탄 출신 여성 역시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문 판매원이 그녀의 집을 찾아와 “이 집을 임대한 것이냐”고 반복적으로 묻는 등, 해당 공간의 ‘주인’일 것이라는 전제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다만 조사 결과 AAPI 커뮤니티 내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은 인종차별이 아닌 경제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약 40%는 개인 재정 문제가 주요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답했으며, 건강이나 가족 관계 문제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차별을 주요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은 비율은 약 10%에 그쳤다.
이는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가격 상승, 국제 정세 불안 등 경제적 요인이 일상생활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은 인종이나 이민 문제보다는 관세, 전쟁, 기술 변화 등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AAPI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집단별로 혐오 경험의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아시아계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혐오 사건이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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