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관의 사이는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초나라의 천재시인 굴원의 시에 빗대면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에 가깝다. 얼음과 숯처럼 좀처럼 화합할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관의 정보독점에 대한 유혹이 커지면 커질수록, 권력의 오만의 정도가 커지면 커질수록 언론과의 불화는 깊어진다.
그래서 통일교의 UPI 인수에 반발, 사표를 낸 백악관 최고참 여기자 헬렌 토머스(79)는 98년 런던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어떤 대통령도 언론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 기자를 미워한다"고 술회했을 정도다.
17일 워싱턴의 키브리지 메리엇호텔에서 열린 북미지역 공보관회의는 한국식 관의 잠복해있던 불편한 언론관과 곁들여 동포관이 삐쳐나온 한 예였다.
이날 2시부터 4시 사이 북미지역 십수개 공관의 공보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개최한다는 ‘정보’를 듣고 취재를 간 기자는 문전에서 보기좋게 박대를 당했다.
취재를 ‘불허’하는 이유는 ‘내부회의라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사진 한컷만 찍겠다는 기자의 양보에도 위계출 주미대사관 공보관의 답은 무조건 안된다였다.
그의 태도는 영락없이 귀찮은 놈들이 달려들었다는 표정이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또 한국경제의 제2의 위기설이 국내외에 나도는 가운데 열린 이날 공보관 회의는 언론의 촉각을 세울만한 회합이었다. 비밀회의가 아닌 공개회의인데다 내용의 일부는 적어도 국민들과 해외동포들이 알아야만 할 사안이었을 것이다.
위 공보관의 취재불허는 미주동포의 알 권리를 원천봉쇄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궁상맞은 상상이지만 만일 그 자리에 한국 특파원이 나타났다면 그의 태도는 어떠했을까.
취재를 둘러싸고 그의 인품까지 평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지난 2월 부임한 이래 그에게 오죽하면 ‘동포들에게만 어깨에 힘을 주는 사람’이란 혹평이 나돌까.
공보업무의 특성은 서비스다.
해외 공보관들의 주 업무가 국가의 대외 이미지를 관리하고 주요 정책을 홍보하는 것이라면 그 서비스 안에는 해외동포들까지 포함돼야함은 물론이다.
동포들을 폄하하는 일부 외교관들의 오만한 행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위 공보관의 자세는 감출 것은 감추고 밝혀야할 것은 밝히는 그들의 업무상례를 분명 넘은 것이었다.
이번 취재 불허건이 그의 고약한 언론관의 표출과 함께 동포언론이기에 당해야했던 차별이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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