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전부터 한국영화와 영화제작자들을 좋아해왔다. 국제 영화제에 출품된 한국 영화에 친숙해졌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들은 그동안 미국의 관객들에게 별로 소개되지 않아왔다. UCLA가 LA한국문화원과 공동으로 ‘한국전쟁; 지난 50년’이란 주제로 영화제를 연 것은 미국의 관객에게 한국영화를 소개한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가 됐다고 본다.
나는 이 영화제에 참석한 한국의 박광수 감독을 만났다. 1901년 제주도에서 발생한 농민봉기를 다룬 영화 ‘이재수의 난’을 박감독은 제작했다.
이 영화는 한국사회의 복잡하고 완고한 계급구조안에서 전개된 투쟁을 그린 비극이다. 이 영화는 그렇지만 미국 관객에게는 호소력이 제한돼 있다. 이 영화는 상당히 긴 편이다. 한국의 관객에게 복잡하고 비극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래야 할지 모른다. 미국의 관객에게는 그러나 이런 스타일이 잘 통하지 않는다. 미국인 관객들은 어떤 영화든 스피디한 전개에 익숙해 있다. 물론 시간을 들여서 이 영화를 끝까지 본 사람은 그 만큼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영화제작자들이 기죽을 필요는 없다. 한국의 영화제작자들은 한국사회상을 반영하는 영화를 나름의 독특한 방법으로 계속해서 만들어야 한다. 필요한 것은 이런 식으로 만든 영화들을 미국의 관객에게 소개하는 기회를 가급적 많이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미국인 관객들이 아주 탁월한 한국 영화를 맛볼수 있는 ‘특별한 미각’을 개발할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박광수감독의 ‘이재수의 난’외에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만희 감독·63년도) ‘그 섬에 가고 싶다’(박광수감독·99년도) ‘오발탄’(유현목감독·63년도) ‘아름다운 시절’(이광모감독·98년도)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않는다’(이창호감독·87년도) 등이 상영됐다.하나같이 뛰어난 작품이고 한국영화사를 빛낸 영화들로, 미국관객에게 한국영화를 이해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이번 영화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학생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각 연령층을 망라하고 있다. 이 미국인 관객들의 한결같은 코멘트는 이런 좋은 한국영화들을 볼 수 있게 돼 기쁘다는 것과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더많이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명심할 게 있다. 이 미국인 관객들의 한국영화에 대한 미각은 ‘길들여진 미각’이라는 사실이다. 마치 캐비아의 맛을 제대로 알려면 자주 맛을 보고 그 맛에 길들여져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해리엣 로빈스·LA영화평론가협회 회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