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데 편리하게 제도화 한 화폐가 사람의 발목을 잡아 우리를 괴롭혀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의 애물단지 컴퓨터가 남은 발목을 조여오는 듯해서 불안하다.
신흥종교의 말세론 보다 더 혼란스럽게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던 Y2K가 우리들의 망각 속으로 사라진 지도 6개월이 지났다. 뉴욕 교포사회도 컴퓨터, 인터넷 강좌 광고가 홍수를 이루고 그로 인한 주눅든 스스로의 위상이 볼상 사나와 심사가 뒤틀린다. 아무리 컴퓨터가 현대인의 생활패턴을 변질시킬 수 있는 만능이라지만 인간의 감성까지는 제어하지 못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하루종일 캔바스 앞에서 그렸다 지웠다 하는 풍신이 안타까웠던지 컴퓨터를 이용해 보란다. 미리 구상한 형태와 색상을 떠 보고 완벽한 구상 위에 작업하면 시간과 물감의 낭비를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인데 딴은 그럴 것 같지만 그게 아니다.
그림이라는 것이 완성했을 때도 중요하겠지만 화가에겐 그리는 과정이 매우 다이나믹하기 때문이다.
충돌하는 붓질이나 물감이 뒤섞이는 과정에서 그리는 즐거움과 액시던트가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그리다 만듯한 여백, 캔바스에 발린 물감의 두께, 색의 혼합, 붓자욱이 지나간 속도 등은 미련한 작업에 의해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캔바스에 달라붙어 그리고, 지우고, 고치기를 반복하면서 그리는 즐거움에 끝이 없는 그림을 그렸는데 화상이 전시장으로 옮겨놓지 않았더라면 지금 그 그림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인의 땀냄새, 뜨거움,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 처녀성을 잃을 때의 당혹감 등이 어울려 감상자의 두 발목을 잡아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데 이런 이유를 컴퓨터는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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