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2일, 중년을 넘긴 한 사내가 애나하임의 메트로링크 철길에 뛰어들어 자살했다.
사망자의 신원조회에 나선 경찰은 그가 지난 2월 아내의 목을 칼로 그었다가 살인미수와 흉기사용혐의로 체포된바 있는 자니 험버트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가지 특기할 사항은 재판을 앞둔 그가 아내 크리스틴과 처남 에드 베빌의 적극적인 탄원으로 병보석됐다는 점이다. 크리스틴과 베빌은 자니의 행동은 병 때문이었다며 25만 달러로 책정된 보석금을 낮춰줄 것을 탄원했고 결국 1만 달러만을 예치한후 그를 빼냈다. 당시 크리스틴은 판사에게 자니는 "나의 생명"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크리스틴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자니와 크리스틴은 세상에 둘도 없이 행복한 커플이었다. 결혼한지 25년이 지났지만 둘은 매주 적어도 한번 이상 석양을 보기 위해 해변으로 차를 몰았고 늘 소꿉장난 하는 신혼부부처럼 행동했다.
베빌의 증언에 따르면 둘은 천생연분의 잉꼬커플이었다. 하지만 둘은 병든 잉꼬였다. 험버트와 크리스틴은 중증의 우울증 환자였다.
험버트는 아내에게 칼을 들이대기 1주일전부터 새로운 처방약을 복용하기 시작했고 처졌던 기분도 눈에 뜨이게 개선됐다고 한다. 남편의 증상이 가라앉자 이번에는 크리스틴의 우울증이 도졌다. "남편에게 해줄 일이 없어졌다"는 생각이 그녀의 정신을 사정없이 억압했다.
험버트는 크리스틴을 병원에 데려갔지만 보험적용기간이 경과돼 수일만에 퇴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다음날 밤, 자니는 "이제 충분하다. 우리 함께 가자"며 그녀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아내와 처남의 노력으로 병보석된 험버트는 크리스틴에게 지극정성을 다했다.
6월12일 플러턴 유니파이드고교 운동장관리인인 자니는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갔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병든 그에게 탈출구가 없는 사랑은 너무 무거운 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사망소식을 전해들은 크리스틴은 우울증 발작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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