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이 예전에 비해 주머니가 두둑해지기는 했지만 쩨쩨해지고 물건값과 서비스 따지기 좋아하고 슬쩍 훔쳐가기도 잘해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LA지역 TV 네트웍 업계에서 일하는 머레이는 국내 출장여행 때마다 회사에서 2등석인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을 끊어준다.
그는 일찍 비행기에 올라 자신의 좌석을 잡고 백은 머리 위 컴파트먼트 안에 넣어두고는 1등석을 둘러보고 빈자리가 있으면 다시 그쪽으로 슬쩍 자리를 옮긴다.
만약 승무원에게 들켜 항의를 받으면 “매번 회사에서 1등석으로 끊어줘서 이번에도 그런 줄 알았는데…”라고 슬쩍 얼버무릴 작정이지만 아직까지 한번도 들키지 않고 5차례가 넘도록 스스로 비행기 업그레이드를 하고 다니고 있다.
상인들이 밝히는 미국인들의 쩨쩨한 속임수는 다양하다.
자동 톨게이트는 돈 넣지 않고 그대로 줄행랑을 치는가 하면 파티 드레스나 집안 연장은 다 쓴 다음에 다시 반환하고 환불받으러 온다. 개스값이 인상된 후 개스만 넣고 뺑소니치는 얌체족들이 전국적으로 15%가 늘어났으며 식당들은 와인이 남아 있는 와인병, 은도금이 된 포크나 나이프, 스푼이 부지기수로 없어져 ‘끌탕’을 하고 있다.
라스베가스의 한 리무진 서비스 회사는 작년 첫 2주 동안 1만달러어치의 그럴싸한 재떨이가 없어졌다. 고객들이 담뱃재만 터는 것이 아니라 재떨이까지 털기 때문이다.
그로서리 스토어들도 ‘슬쩍꾼 소비자’들로 가슴이 탄다.
선반 위에 올려놓은 젤리빈을 한 주먹씩 입에 털어 넣고 맛만 보고 사가지도 않고 데모용으로 썰어 놓은 치즈나 과일은 순식간에 없어지면서도 사가는 비율은 적다. 카드 선반에서는 개당 2∼3달러씩 하는 카드와 봉투들이 부지기수로 없어진다. 카드 봉투를 더 많이 집어가기 때문에 남은 카드를 팔려고 해도 짝맞는 봉투가 없어서 골치다.
그린피가 100여달러 가까운 골프장을 보이지 않는 덤불이나 낮은 울타리를 통해 슬그머니 넘어오는 골퍼들도 있고 티켓 한장 끊어서 최신 영화 몇 개를 섭렵하고 나오는 ‘극장쓸이’도 있다.
경기가 좋아졌지만 소비자들은 불경기 때보다 인심이 더 팍팍하다. 물건값이 비싸다고 타박도 잘 놓고 서비스 질이 좋지 않다고 따지기도 잘한다.
요즘 상인들은 인터넷 거래에 밀리고 인심 사나운 소비자 비위 맞추며 슬쩍 집어 가는 비양심꾼까지 상대하려면 슬쩍 집어 가는 소비자를 ‘귀엽게 봐주는 도량’을 갖추든지 도덕기준을 엄격히 따져서 본 떼를 보여주는 첨병 역할을 하던지 양자택일을 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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