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쟁쟁한 심리학자 두명이 공동명의의 청원서를 내놓았다. 내용인즉슨 컴퓨터가 어린이들에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파악할때까지 프리스쿨이나 초등학교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교육을 중단해 달라는 것이었다.
하버드대학의 심리학자인 매리 파이퍼와 앨빈 포우세인트, 유명한 아동 및 청소년 심리학자인 매릴린 네노이트는 문제의 청원서에서 "컴퓨터가 성장기 어린이들의 창조력을 말살하고 인내력과 주의력을 흐트러뜨릴뿐 아니라 사회성을 앗아갈 우려가 있다"며 "어린이들을 일찌감치 컴퓨터에 노출시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동복지옹호단체인 ‘어린이를 위한 연대’(Alliance for Childhood, 약칭 AC)도 지난주 "바보의 황금"(Fool’s Gold)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 역시 컴퓨터가 어린이들의 건강과 읽기 및 언어능력등을 훼손시킬수 있다는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옳고 그름을 떠나 일단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배치된다.
카이저 패밀리파운데이션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7세 사이의 어린이들 가운데 26%가 하루 평균 40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낸다.
외국어와 마찬가지로 컴퓨터 역시 빨리 익힐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의 욕심으로 상당수의 어린이들은 일찌감치 컴퓨터를 독선생으로 모시게 된다.
이에 대해 교육전문가들은 서로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으나 최소한 7세 이전에 컴퓨터를 접하는 것은 좋지않다는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
이들에 주장에 따르면 7세 이전까지 어린이들은 오감을 통해 듣고, 보고, 맛보고, 만지고 냄새를 맡아가며 ‘세상’을 배운다. 여기에 관찰과 경험, 시행착오가 겹쳐지면서 살아있는 학습을 하게 되는데 2차원의 평면을 이용한 정보학습은 이같은 기회를 차단한다는 것이다.
필라델피아대학의 아동언어교육원의 케이시 허시파세크 원장은 상점에서 판매하는 컴퓨터 교재의 경우 요점전달과 반복연습인 드릴과 프랙티스를 게임으로 포장해 제공하기 때문에 어린이들 스스로 탐구하고 개념을 이해하는 과정이 생략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주장을 뭉뚱그리면 "컴퓨터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지만 지나치게 빠른 접촉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말로 요약된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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