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 진단
▶ 인물·연기력과 연출력이 승패좌우
대통령후보들의 TV토론은 평균 6,400만명이 지켜보는 ‘미니 드라마’이다.
출연자들은 ‘각본’에 해당하는 예상질문과 답변을 수일동안 달달 외우고 수차례에 걸쳐 리허설을 반복한 뒤 무대에 선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극적인 요소가 끼어들기 마련이다.
미국의 주요 방송사들이 빠짐없이 중계할 예정인 올해의 토론회에서 공화당후보인 조지 W. 부시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24년간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데다 두차례의 TV토론 경력까지 지닌 앨 고어 민주당후보의 관록넘치는 ‘연기’를 정치입문 6년차인 그가 따라잡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부시는 고난도 연기가 필요없는 토크쇼 형식의 포맷을 강력히 주장했고 토론시간도 60분으로 제한하자는 안을 고집했었다. 이같은 제안은 후보들의 말실수가 토론회가 시작된지 60분과 70분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통계에 근거한 것이었다. 물론 노련미에서 앞서는 고어는 이같은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현대의 선거전은 세일즈맨들의 판촉전에 가깝다. 후보들은 각종 프로그램과 정책, 그리고 자신의 개성까지 판매한다. TV토론회는 말하자면 누구를 살 것인지 결정해야 할 소비자들을 위한 상품설명회에 해당한다. 팔아야 할 상품이 거의 비슷할 경우 누가 더 효과적인 판촉을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기 마련이다. 특히 선거전의 압축판인 TV토론에서는 본질과는 상관없는 부수적인 연기력이 승패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
그 좋은 예가 "미남과 야수"의 대결로 요약됐던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의 토론회였다.
60년도에 열렸던 첫 대통령후보 TV토론회에서 탁월한 식견과 정치경력을 소유한 닉슨은 떨어지는 인물과 연기력 때문에 40대 미남후보 케네디에게 완패하고 말았다.
조지 부시와 로스 페로, 클린턴이 맞붙었던 92년도 토론회도 민주당측 연출이 빛을 발한 한판이었다. 세차례의 일정중 민주당의 ‘서브’로 열린 토론회에서 클린턴측은 고의적으로 높다란 스툴을 설치했고, 키가 작은 페로는 한쪽 발을 땅에 붙이기 위해 몸을 심하게 기울이는 어린애같은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부시도 당하긴 마찬가지였다. 토론회도중 클린턴은 여러차례 무대 앞으로 걸어나와 참모들이 미리 귀띔해준 자리에 섰는데 그 지점에 버티고 선 클린턴을 TV카메라로 잡으면 부시와 페로의 얼굴이 난쟁이처럼 그의 양 어깨뒤로 나타났다.
이번 토론회의 민주당측 연출자는 이 방면의 귀재라는 마이클 시한이 맡는다. 시한은 96년 클린턴의 TV토론회와 고어의 대통령후보수락연설을 연출했던 인물. 공화당으로서는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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