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알보다 작은 흰색 알약이 미국 전체를 거센 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연방식품의약국(FDA)이 12년전 프랑스에서 처음 개발된 먹는 낙태약 RU-486의 미국내 사용을 승인하자 낙태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은 찬반 양쪽으로 나뉘어 격렬한 성명전을 벌였으며 이 약품의 판촉과 공급을 담당한 회사는 FDA의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극렬 낙태반대세력의 테러가능성에 잔뜩 위축된 상태다.
미페프렉이라는 상품명을 지닌 RU-486은 6주앞으로 다가온 총선에도 엄청난 충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낙태를 여성의 선택권의 범주에 포함시켜온 민주당과 생명존중을 외치며 임신중절반대를 정당강령에 삽입시킨 공화당 후보들 모두에게 미페프렉은 ‘뜨거운 감자’를 안겨주었다.
FDA의 미페프렉 사용승인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가족계획단체인 플랜드 페어런트후드와 여성권옹호기구인 페미니스트 머조리티파운데이션은 "40년전 피임약이 시판된 이후 최고의 희소식"이라고 강조하고 "원치않는 임신을 하게 된 여성들의 선택폭이 넓어졌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가정연구위원회의 헤더 크리모 회장은 28일 "오늘은 자궁속의 태아뿐 아니라 여성 모두에게 슬픈 날이었다"며 "낙태를 반대하는 대통령을 뽑아 FDA의 결정을 뒤집자"고 촉구했고 지난 12년간 RU-486의 미국상륙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했던 미 생명연맹의 주디 브라운도 "화학약품을 이용해 무고한 생명을 파괴할수 있도록 승인한 FDA의 결정을 용인할수 없다"며 미페프렉을 미국시장에서 몰아낼 때까지 무한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FDA가 불러일으킨 미페프렉 폭풍은 정치권에도 상륙했다.
28일 CNN의 ‘래리 킹 라이브’에 출연한 앨 고어 민주당대통령후보는 "나는 여성의 선택권과 FDA의 결정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히고 "정치적 이유로 여성들이 이 약품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말했다.
고어는 이어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후보가 낙태를 허용한 대법원의 판례를 뒤집겠다고 공언한 점을 상기시킨 뒤 "이번 선거에서 낙태는 대단히 중요한 이슈"라며 "차기 대통령은 적어도 3-4명의 연방대법관을 새로 임명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부시 공화당대통령후보는 28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FDA의 결정은 잘못됐다"고 못박고 "이 약의 사용승인으로 인해 낙태가 더욱 보편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여성의 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재임중 RU-486의 수입을 막은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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