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카고>
▶ 야마나시 항공기관학교 출신 안용수씨
시카고에 거주하다 샌디에고로 이주한 안용수(75)씨는 얼마 전 반세기에 걸친 삶의 고단함을 잊고 감격스런 순간을 맞았다. 일제 말기였던 청년시절 재학했던 야마나시 항공기관학교(현 일본항공대학)로부터 56년만에 졸업장을 전해 받은 것이다.
청년시절 안씨는 파일럿의 꿈을 이루기 위해 16세의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1941년 도쿄 근교의 야마나시 항공기관 학교에 입학해 항공기술을 배우며 파일럿의 꿈을 향해 한발짝씩 다가서던 안씨는 학업을 이루지 못하고 3년만에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다.
당시는 태평양 전쟁이 끝무렵으로 접어들던 터라 한반도에서는 독립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었다. 조국의 독립과 더불어 한국 항공과학 전수학교로 편입해 안씨는 졸업을 목전에 두고 귀국했다.
해방과 함께 귀국한 그는 한국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활약하는 등 61년까지 대한통신에서 기자생활을 하다가 72년 시카고로 이민 와 개인사업을 시작했다. 바쁜 삶 속에서도 틈틈이 학창시절을 매듭지을 수 있는 졸업장이 있으면 하고 바랐다는 안씨는 은퇴 후 졸업장을 받기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처음에 모교의 후신인 일본 항공대학에서는 안씨의 연락을 받고 세월의 격차와 기록미비 등의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명했다. 그러나 안씨는 당시의 사진과 편지 등의 기록을 학교에 보내고 재일동포 김두종 교수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학교측으로부터 졸업장을 수여하겠다는 승인을 받아냈다.
“학교와 연락이 된 지 1년만이었습니다.”
지난 7월10일 학교로부터 졸업장을 받아든 안씨는 56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얻은 상장과 기념패를 바라보며 “일제와 분단을 겪으며 살아온 험난한 세월을 되돌아보는 의미가 되었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약관도 되기 전 조국을 떠나 수학했던 학교로부터 고희가 넘은 나이에 받아 쥔 졸업장은 안씨에게 있어 살아온 마디마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삶의 흔적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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