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말리는 개표전은 일단락 됐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된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에게 개표전의 승리는 새로운 싸움의 시작을 의미한다. 정말 힘든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재임기간 내내 따라붙을 정통성 시비, 선거전과 개표전을 거치면서 좌우로 갈린 국론, 어느 정당도 원내 안정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연방의회의 험악한 세력판도, 민주당 정권의 퇴진에 맞춰 10년 호황을 끝내고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경제 등등 그를 둘러싼 분위기는 흉흉하기까지 하다.
그는 직접선거에서 민주당의 앨 고어에게 패했다. 직접선거에서 밀린 후보가 선거인단 투표에 이겨 백악관으로 직행한 것은 미헌정 사상 112년만에 처음 있는 역사적 사건이다. 선거인단 투표로 이겼다지만 흑인 유권자들을 비롯한 민주당원들은 그가 고어의 승리를 훔쳐 갔다고 이를 갈고 있다.
부시의 참모들도 이를 의식, 정권인수 후의 정책적 우선순위를 국민화합에 맞추었다. 그중 첫 번째가 행정부의 요직 배분이다. 차기 행정부의 각료들중 한두명을 민주당계 인사로 임명한다는 당초 계획을 확대, 배분폭을 넓힘으로써 거국 내각의 성격을 띠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논공행상을 기다리는 공화당 ‘공신’들의 경계가 심한데다 현재의 의회세력 판도 하에서 민주당의 현역 정치인을 빼오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승자와 패자간의 뒤풀이다. 조만간 워싱턴을 방문, 클린턴은 물론 의회 민주당 지도부와 공식 상견례를 가질 예정인 부시는 고어와도 만나 가슴속의 앙금을 털어 내고 상대를 포용하는 태도를 보여줄 참이다.
세 번째는 선거전 기간에 고어와 첨예한 차이를 보였던 공약 대신 민주당측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공약부터 시행하는 것이다. 부시는 최근 CBS 방송에 출연, 교육개혁을 1순위 입법과제로 거명, 이같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마지막이 내부 단속이다. 공화당은 8년간 야당생활을 하며 대통령 탄핵안을 제출한 것을 비롯, 민주당과 치열한 싸움을 치렀다. 집권당으로 변모한 공화당은 부시가 몸을 낮춰 민주당측과 거래를 하려 드는데 반발, 심술을 부릴 수도 있다. 결국 당을 확실히 휘어잡아야만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고 정치권의 화합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들 중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다. 그의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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