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서 왕자로 묘사되는 얼굴을 그대로 옮긴 것 같은 마스크의 주인이 지진희다. 깨끗하면서 우아한 그의 외모는 방자 타입의 차태현과 대조를 이루며 드라마의 한 축을 이루었다. 로미오에 해당되는 그의 모습은 부잣집 도련님 역에 손색이 없는 것이다.
흔히 잘생긴 얼굴의 배우는 지성미가 결여된 경우가 많은데 그는 핸섬하면서도 이지적인 분위기가 가미되어 새로운 느낌을 준다. 마른듯한 뺨과 각진 턱, 약간 솟아오른 콧날의 선에서 또렷한 골격이 엿보이며 지적인 섬세함이 풍기는 것이다. 때문에 곱상하지만 여성적인 마스크라고 할 수는 없다.
지진희는 신인이기에 아직 연기가 익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신선한 마스크와 호소력 있는 눈빛이 그의 가능성을 말해준다. 분명 이십대 초반의 나이가 아닌데도 그의 눈빛은 소년처럼 맑고 순수해 보인다. 시인이나 화가 같은 예술가적 분위기가 전해오는 그의 눈빛에는 탐욕이 없어보인다.
그래서 슬픔이나 연민을 담기에 어울리는 그릇이 될 수 있다. 터프가이나 코믹형 배우와는 거리가 먼 그이기에 이런 눈빛이 필요한 사랑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적격인 것이다.
물론 미남이라는 건 운신의 폭을 좁히는 제한적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드라마 속에서도 천방지축으로 뛰는 차태현에 비해 그는 너무 얌전하고 정적이어서 재미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하지만 고뇌하는 로미오가 있어야 방자의 코미디도 빛이 나는 법이다. 지진희는 캐주얼한 분위기 보다는 클래식한 분위기가 어울리는 배우다. 무분별한 청춘의 나이를 조금은 벗어난 연령에 있는 그의 모습은 안정감과 세련된 맛을 풍긴다.
또한 그가 지니고 있는 기품으로 인해 연미복을 입은 음악가 같은 고상한 캐릭터가 누구보다 잘 맞을 남자이기도 하다. 뺀질뺀질 한 데가 없는 아마추어적인 신선함이 그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오리들 속에 있는 백조 같은 남자가 지진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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