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멸망하고 1,000년이 지났다. 현대식 건물들은 사라지고 지구는 온통 독가스를 뿜어대는 ‘부해’라는 식물과, ‘옴’이라는 거대 곤충들만이 가득하다. 여기에 자연에 순응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바람 계곡’이라는 나라가 있다.
원시 공동체의 삶을 꾸려가는 이 나라의 공주가 바로 애니메이션 역사상 손꼽히는 여걸 나우시카이다.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은 그를 탄생시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화면을 압도하는 유연한 비행장면과 박진감 넘치는 전투신, 스크린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기괴한 생물체, 이 모든 것이 나우시카라는 영웅 탄생을 위한 화려한 소품이었다.
1984년 작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의 나우시카는 온갖 악의 무리에 맞서는 여전사이자, 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하는 구세주이다.
평화롭던 바람 계곡에 토르메키아 함대가 들이닥친다. 그들은 1,000년 전 지구를 불과 7일만에 모두 불태웠던 거신병을 부활시켜 ‘부해’와 ‘옴’을 싹쓸이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들의 의도를 알아챈 ‘옴’의 대습격이 시작되고 나우시카는 이 숨막히는 결전의 해결사로 등장한다.
주인공 나우시카의 매력은 작품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는 미야자키 감독의 TV 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에 등장했던 순종적인 ‘라나’가 아니다.
그가 ‘메베’라는 비행기구를 타고 적의 비행정을 오가는 모습은 오히려 영화 ‘에일리언’의 여전사 시고니 위버에 가깝다.
하지만 나우시카는 모든 생명체가 그를 따르게끔 하는 묘한 친화력을 가졌다. 흉측하게 생긴 ‘옴’도 그 앞에서는 애완견처럼 조용해지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고양이 비슷한 동물도 그 앞에서는 꼬리를 내린다. ‘부해’가 지구를 살리기 위해 1,000년 동안이나 남모르게 애써왔다는 사실을 간파한 이도 바로 나우시카였다.
이 작품을 통해 환경 보존의 중요성이나 원시 공동체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오히려 부차적인 일이다.
바람 계곡 주민들의 투박한 손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으로 칭찬하고, 피투성이가 된 어린 ‘옴’의 상처에 눈물을 흘리는 나우시카의 존재야말로 이 작품의 핵심이다. 1984년 일본 애니메이션 페스티발 대상과 파리 국제 SF & 판타지 페스티발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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