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악인보다는 잘생긴 악인이 훨씬 섬뜩하다. 그건 아름다운 얼굴을 선한 얼굴로 곧잘 착각하는 사람들의 통념을 깨뜨리는 비웃음이며 냉소이기 때문이다.
차승원은 이런 미남 악역을 시종 빈정거림이 담긴 표정으로 연기한다. 영화 <세기말>에서의 허무주의 바람둥이에서 일진보한 셈이다. 그의 흐릿한 시선은 광기로 덧칠해져 음산한 기운을 내뿜고, 짙고 검은 눈썹은 그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는 얼굴보다는 보여주는 쪽을 택한 것 같다.
연쇄 방화점이 될 수밖에 없었던 불행한 성장기를 겪은 한 청년의 파괴적인 살의를 그는 정신병적 징후로 표현해낸다. 특히 폭발과 죽음이 이어지는 순간 목을 우두둑 거리며 꺾어대는 그의 몽롱한 표정은 영화 <레옹>의 게리 올드만이 마약을 삼키던 때의 연기를 떠올리게 한다. 로맨스 영화였으면 달콤한 분위기로 느껴졌을 그의 눈망울이 몽환적인 광기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악역 속에서 그는 비로소 개성을 획득하는 것 같다. 선하고 멋있는 남자로 나올 때엔 왠지 멀대 같고 밋밋해 보이던 것과는 달리 말이다. 차승원은 야비하고 뻔뻔한 미남자의 역할을 잘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결코 선량한 미남이 아니었던 알랭 들롱처럼 말이다.
들롱처럼 살쾡이 같은 날카로움과 불안한 눈빛을 가지진 않았지만 그는 자신의 조화로운 이목구비에 충분히 뻔뻔스러움이나 잔인함을 불어넣을 수가 있다.
물론 속물적인 건달 역할도 가능하다. 어떤 역을 하든 그의 조각적인 외모가 주는 매력은 크게 반감되지 않을 것이다. 크고 서글서글한 눈매의 서늘함과 짙은 눈썹의 강렬함, 높은 콧날이 만들어내는 분명한 입체감과 볼륨 있는 입술의 관능미를 숨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곱상하고 어려보이는 핸섬보이들과는 달리 성적인 매력을 풍기는 그의 마스크와 다듬어진 체격이 그를 성숙한 남자로 느껴지게 한다.
그는 물오른(?) 배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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