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는 내가 일주일에 한 두 번씩 골프쳤던 골프장에서 일하는 스타터였다.
그는 깔끔한 적갈색 수염을 가진 30대 중반의 키 크고 잘 생긴 남자였다. 조용한 사람으로서 삶을 잘 영위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한동안 지미는 차가운 음료수를 사러 우리 상점에 오곤 했다. 그럴 때면 우리는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파 68코스에서 70 을 기록했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그가 거의 핸디 0임을 의미한다.
골프코스에 지미가 있는 것이 진정한 자산이었다. 너무나 잘 도와주므로 그가 그곳에 오래 있어주길 바랄 정도였다.
어느날 저녁 지미가 우리 가게에 와서 혼합 칵테일 한 병을 샀다. 상점을 나가면서 그는 아내가 그 전날 집을 떠났다고 말했다. 어쩐지 그가 슬픈 표정을 짓고 있던 것이었다. 아무말 하지 않았을 때도 나는 그에게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음에 틀림없다고 짐작했었다. 그러나 문제가 그 정도로 심각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를 위로해주려고 애썼다. “염려하지 말게나, 짐. 며칠내로 돌아올거야. 아마 지금, 집에 가면 그녀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지."라고 조용히 말해주었다.
“아니예요. 그녀는 아주 나갔으므로 결코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음성이 너무나 슬펐으므로 내가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염려하지 말아요." 그를 다시 북돋아 주려고 애썼다. “자네처럼 잘생기고 친절한 스포츠맨의 구애를 받고 행복해 할 아리따운 여성들이 수없이 많이 있다네."라고 말해주었다.
“말로는 쉽지요."라고 짐이 대답했다. 그렇지만 그는 나의 격려에 감사하며 상점을 떠나 어둠속으로 운전해 사라져갔다.
그가 떠난 후 일말의 분노를 느꼈다. 건장한 신체를 가졌으나 자신감이 결여된 사람을 보는 것이 마음편치 않았다. 좋은 용모와 친절한 성품에도 불구하고 지미는 자신감이 전혀 없이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단과 자신감 없이 살아가기에는 무척 힘든 세상이 아닌가.
그 후 며칠간 지미에 대해 꽤 많이 생각을 했다.
어느날 저녁, 지미는 가게에 들러 컨트리 타임 한 캔을 샀다. 아내가 돌아왔는지 물어보았다.
“아니오,"라고 그는 대답했다. 그러나 가게를 나가면서 “오늘 저녁에 아이를 보러갈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 어둠속으로 차를 몰고 사라졌다.
그날 이후 일주일 이상이나 지미를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골프 코스에서 그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가 파면되었노라고 동료 한사람이 내게 말해주었다. 내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라고 외쳤다.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인데. 어떻게 해서 파면되었단 말인가.
그의 동료 한사람이 내게 조용히 말했다. “직장에서 술을 마셨지요."
지미가 측은하다고 느껴졌다. “불운이 겹친다"라는 말이 있다. 아내가 떠난 게 그에게는 큰 충격이었을 것이고 우울해진 상태에서 실수를 저질렀음에 틀림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근무 규정이 존중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갑자기 이중으로 겹친 잔인한 불운에 처한 젊은이가 불쌍해졌다.
이러한 어려운 나날동안 하나님이 그를 돌보아주시길 기원한다. 이 세상에는 또 다른 지미들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서울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다른 학교에서는 독일어를 가르친바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했으며 1998년 5월 작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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