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지난해 경기가 둔화되고 주가가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보수를 챙겼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해 근로자들의 시간당 임금은 3% 올랐고 정규직 근로자 임금이 4% 상승한데 비해 주요 대기업 대표에게 지급된 연봉과 상여금 합계는 무려 22%나 많아졌다.

뉴욕타임스가 기업대표 보상 자문서비스 회사에 의뢰해 200개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근거로 최근 게재한 특집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투자자들은 윌셔 5000 지수 기준으로 12%의 투자손실을 본 반면 기업 대표들은 연봉과 상여금이 22%나 올랐다.

게다가 CEO들은 1인당 평균 전년에 비해 14%나 늘어난 170만달러 어치의 주식을 받았으며 1,490만달러 어치의 ‘스탁 옵션’(stock option)을 챙겼다.

전체적으로 200개 기업의 CEO들은 일인당 지난해 2,000만달러의 수입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수입이 많았던 CEO 중 애플 컴퓨터의 스티브 잡스 회장의 연수입은 7억7,500만달러였다. 시티그룹의 샌포드 웨일 회장은 3억1,510만달러, 오라클의 로런스 엘리슨 회장은 2억1,060만달러, 타이코 인터내셔널의 데니스 코즐로스키 회장은 2억520만달러,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회장은 1억4,450만달러를 각각 집으로 가져갔다.

애플 컴퓨터는 지난해 주가가 13%나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잡스 회장에게 9,000만달러짜리 전용항공기를 제공하고 2,000만달러 규모의 스탁옵션을 줬다. 스프린트는 주가가 70% 밀렸으나 윌리엄 에스레이 회장에게는 5,300만달러 상당의 현금과 주식을 지급했다.

대기업 이사회가 이들에게 이처럼 거액의 급여를 주는 중요한 이유는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CEO의 역할이 그만큼 증대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과거와 달리 규제도 없어지고 기술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CEO의 판단 하나 하나가 회사 수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이는 주주들의 이익과 직결된다.

코넬 대학의 이코노미스트 로버트 프랭크는 "CEO의 순간적인 오판은 걷잡을 수 없는 타격을 기업에 안겨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CEO에 대한 대우를 잘 해 주는 만큼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대표들은 어김없이 쫓겨난다. CEO의 해고는 더욱 잦아지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기업 이사회 멤버들이 역시 다른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이 이사로 있는 기업의 CEO 대우를 상향조정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 더 좋은 대우를 받게 되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사들은 CEO들의 연봉이나 상여금을 상향조정하려는 의사를 본능적으로 갖고 있다. 또 때로는 이들 이사들은 자신들이 이사회 멤버로 있게 된 것은 CEO 덕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CEO의 대우 개선에 인색하지 않다.

이러한 특수관계는 불가피하게 이사회가 경영책임을 물어 CEO의 사임을 요구할 때도 여전히 효력을 발휘, 후한 퇴직수당을 주도록 하는데 기여한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